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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dancingufo 2012. 11. 19. 23:23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고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경제 활동을 할 거라고 믿었을 땐 경제학에 심리학을 적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고전적인 경제학만으로는 현대인의 경제 활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행동경제학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는 바로 그 행동경제학적 입장을 취하는 학자이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 동시에 거짓말을 해서라도 남보다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소수의 사람들보다는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다수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읽다보면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즉, 나 역시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인 셈이다.)
 
이야기는, SMORC이론(Single Model Of Rational Crime,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을 내세웠던 개리 베커의 일화로 시작한다. 베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이 어떤 부정행위를 저지를 때 자신에게 돌아올 편익과 자신이 치러야 할 비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다음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즉, 부정행위로 인해 돌아올 손해보다 이익이 클 때만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는 그와 반대되는 Fuzzy이론을 주장한다.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인간은 자신에게 돌아올 편익이나 비용 같은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그 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기준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Fuzzy는 '애매한', '흐릿한'이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선은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기준선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만족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이익을 얻고 싶다.'라는 재정적 동기도 만족시키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사무실에 있는 커피나 녹차, 또는 A4 용지 같은 것은 별 죄책감 없이 집으로 가지고 오면서 사무실에 있는 돈을 가지고 와 커피나 녹차를 사먹지는 않는다. 돌아오는 편익이 같은데도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직접 돈을 가지고 오는 것은 스스로를 나쁜 놈으로 보이게 하지만 커피나 녹차 정도를 가지고 오는 것은 '이 정도는 도둑질이 아니지 않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실험과 예시들이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이게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개인적으로는, 짝퉁 가방을 들거나 짝퉁 선글라스를 착용할 경우, 진짜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쉽게 부정 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은 잘 와닿지 않았다.) 어쨌든 저자의 생각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사실, 오랫동안 경제는 재미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들어 꽤 재미있는 경제학 책을 꽤 여러 권 발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첫 번째로 손꼽을 만큼 너무나 재미있었기에 당장 <상식 밖의 경제학>이나 <경제 심리학>과 같은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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