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3년 3월 17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3.01 ~ 2013.12

2013년 3월 17일,

dancingufo 2013. 3. 17. 18:10

잠에서 깰 때면,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사는 일이 무서워서 울고 싶어진다. 다행인 점은, 이 두려움도 오래된 것이라 더는 이 감정에 전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도 내가 원하는 것은 없고, 그러므로 어느 곳에서도 나는 내가 아니다.

 

 

 

 

무엇을 피하고 싶었던 것인가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다. 사랑할 것이 없어 나를 사랑했거나, 내 안에는 사랑이 없어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만약 나를 미워하게 된다면 의지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났다.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오늘도, 이스탄불엔 비가 내린다. 간밤에는 이 비속을 걸어 무언가를 찾으러 갔다. 내가 잘하는 것은 언어를 사용하는 일인데, 이곳에서는 나의 어떤 언어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무력해진다.

 

무력한 자신. 그런 자신을 한 번쯤 직면해보는 것도 좋다. 무기를 빼앗기면, 약한 존재로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며 그럴 때 나 자신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난생 처음 알게 된다.

 

 

 

이국. 어두운 도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서울에서 외로운 것은 견딜 수 없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외로운 것은 견딜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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