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3년 7월 12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3.01 ~ 2013.12

2013년 7월 12일,

dancingufo 2013. 7. 12. 21:25



6년인가 7년 전쯤, 어쩌면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글을 쓰는 것이 너무 귀찮고 괴롭고 그래서 하기 싫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뭔가를 쓰려고 드는 일이,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어쩌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글을 써야만, 내가 살아있는 뭔가가 되는 것 같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6년인가 7년쯤 지난 오늘, 비 내리는 창가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실은 내가 싫어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내가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사실이란 것을 깨달았다. 결코 글 을 잘 쓸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 글을 잘 쓰지 못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마는 괴상한 자의식. 그런 것이 내 등을 툭툭 쳤고, 그러자 마음이 아팠다.







몇 달 동안, 종종, 칼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정확하게는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떠올려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떠올려질 때마다 내 등을 깊고 정확하게 찢어놓았다. 그런데 그런 일을 상상하면 어쩐지 아프다기보다도 시원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날개가 돋아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별일 아니라는 듯, 나는 다시 칼을 원래 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이것은 마치, 어린 시절부터, 강물 속에 있는 내 관이 떠올려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그는, 내가 맨얼굴로 살기 때문에, 외로운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가 그 말을 할 때 처음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가 맨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그 얼굴이 바로 나의 가면이었고, 나는 한 번도 그 가면을 벗은 적이 없었다. 그는, 외로울 땐 가면을 벗어야 한다고, 그러니 너에게 필요한 것도 삶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냥 웃었다. 나는 외로워도 상관없었다. 외로운 걸 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랑을 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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