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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2013.01 ~ 2013.12

엄마

dancingufo 2013. 10. 3. 05:18




"남편 복 없는 여자는, 자식 복도 없다더라."


고 자조적인 말들을 내뱉던 엄마가, 어느 순간 


"남편 복 없는 여자가 자식 복은 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갑다."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 말에 놀란 내가,


"엄마가 무슨 자식 복이 있어?"


하고 물어도,


"니네가 다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있잖아."


라고 엄마는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하지만 대체, 그 누가 우리를 자식으로 둔 엄마를 보고, 자식 복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을 할까.


우리는 모두 엄마의 아들딸이었지만, 누구도 엄마처럼 성실하지 못했고, 엄마처럼 책임감이 강하지도 못했다. 억척스럽게 일을 하며 살아온 엄마의 아들딸 답지 않게, 우리는 모두 한량 같은 자식들이었다. 그나마 엄마를 닮아, 한 달에 두 번 밖에 쉬는 날이 없던 직장을 햇수로 꼬박 10년을 다닌 언니는, 언제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안쓰러이 여겼다. 학창시절 내내 말썽을 피워, 툭하면 엄마가 학교 선생님들에게 불려가게 만들었던 둘째 언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아무런 잔소리를 안 해도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대학을 가, 엄마에게 믿는 도끼였던 막내딸은, 서울 생활을 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전셋값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엄마를 실망시키는 딸이 되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엄마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라, 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난 그렇게 사는 거에 관심 없어."


라고 대답하는 딸을 엄마는 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막내딸을 낳고 꼭 십 년 만에 낳은 막내아들은, 고등학교를 한 번, 대학을 또 한 번 때려치면서 엄마를 병들게 만들었다. 핑계가 많고 변명이 많은 이 아들딸들은, 넷을 다 합해도 엄마 한 사람만 못했다. 그런데도 이 아들딸들을, 실은 자신보다도 자신과는 그토록 닮은 데가 없어서 스스로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던 자신의 남편을 더 닮은 아들딸들을, 엄마는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아들딸'들로 불렀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를 예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것은, 엄마 자신이 달라진 탓일 게다. 무엇이 엄마를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 변화 덕분에 엄마가 더 자주 웃게 되었다. 아무것도 엄마에게 해줄 것이 없는 나로서는, 엄마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그 무언가가, 그저 무던히도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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