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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dancingufo 2013. 12. 31. 21:27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는 책이다. 이제 우리나이로 쉰다섯. 유시민은 어느 새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는, 정치인이던 시절, 자신의 당에서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나온 20~30대 청년들보다도 더 청년다웠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유시민의 그런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어쩌면 나는 영원히, 무뎌지지 않을 날을 세우고 똑바로 쳐다보기 무서운 눈빛을 한 채, 상대방을 몰아세우던 시퍼런 유시민만을 상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내가 처음 보았던 유시민이고, 또 그것이 내가 좋아하기 시작했던 유시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다른 눈빛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는 화를 내야 할 때도, 허허 웃을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유시민이 조금 지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혹여나 유시민이 정치를 그만둘까봐 두려워지기 시작했던 것은 말이다.

 

그리고 일년쯤 전, 유시민은 정말로 정치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그런 그를 걱정하고 슬퍼했다. 나는 유시민이, 시대의 흐름을 보고, 더는 자신이 할 일이 없음을 깨달은 후 정치를 그만둔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이 무거웠고, 슬펐고, 그가 다시 돌아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은 후, 더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그를 이제는 받아들인다. 유시민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니, 그 동안의 삶은 자의에 의한 삶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바랐던 삶은 다른 일을 하는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더는, 그에게 계속해서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금까지 나왔던 유시민의 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책이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지식소매상'이라는, 스스로가 붙인 수식어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시민의 에세이를 모아둔 책 같다. 나는, 지금껏 유시민이 자신을 이렇게 많이 드러내는 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서야 지금까지 유시민이, 얼마나 스스로를 검열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서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유시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신을 사랑했다. 나는 유시민을 좋아하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은 후에야, 유시민이 바라는 유시민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더는 내가 믿고 마음을 기댔던 정치인 유시민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글쟁이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정치인 유시민을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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