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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2일, Brainy is the new sexy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4.01 ~ 2014.12

2014년 1월 12일, Brainy is the new sexy

dancingufo 2014. 1. 12. 21:10

 

 

 

01.

 

게임을 하기로 합의하고 모여놓고선, 한 사람을 여섯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손발을 묶어버린 후, 내가 너를 믿으니 너 대신 네 친구를 사지로 보내면 널 살려주마, 라고 거짓말을 한 다음, 그 거짓말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자 미련없이 그를 밀어내버리고, 그래도 댁들을 믿고 싶었다는 마지막 몇 마디를 들어주는 것도 참지 못한 채, 이봐- 순진하게 속고 다니는 네가 잘못한 거야, 라고 말을 하는.

 

그러니까, 어제의 더 지니어스2는 너무나 불쾌해서, 내가 왜 이런 걸 보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프로였다. 시즌1을 보았을 땐,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왜 TV를 통해서, 성인이 다른 성인을 차례대로 왕따시키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건지. 라는 의문만.

 

 

 

02.

 

세상을 좀 더 살았다는 이유로,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한지. 설사 같은 세상을 산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무엇을 깨닫고, 그리하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사기를 당하고 뒷통수를 맞아도, 그래서 머리만 좋으면 뭐해, 세상 물정 모르는 공대 찐따일 뿐인데, 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래도 이두희가 이상민처럼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03.

 

이럴 거라면 왜 비방송인들을 섭외했단 말인가. 그냥 연예인들끼리 나와서 예능을 했으면 됐을 걸.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능청을 떨지도 못하고, 자신이 그냥 하나의 캐릭터일 수도 있다는 건 생각지 못하는. 그래서 어설프고, 그래서 종종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게 안타까워졌다.

 

임요환이 아는 세상은, 뒷통수를 쳤으면 적어도 미안했다고 사과 정도는 하는 세상이었겠지만. 카메라 앞에서 만난 세상은, 뭘 그딴 걸로 따지러 오고 그래? 넌 원래 적이었어! 라는 말을 듣는 세상인 것이다.

 

바보같은 임요환. 그래서 진심으로 화가 나면 뭐해. 각성해봤자 임요환은 그냥 임요환인 걸.

 

 

 

04.

 

하마트면 이 프로그램을 진짜 좋아할 뻔 했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TV는, 무도만 봐도 족한 거야.

 

 

 

05.

 

그래도 자신을 데스매치 상대자로 찍을 거라 생각했으면서도, 화를 내는 대신 '잘해보자.'라고 말하는 홍진호 때문에. 끝까지 은지원을 믿지 않았으면서도, 그래도 믿고 싶은 마음으로 그 앞에서 눈을 맞추는 홍진호 때문에. 아마 다음주에도 또 이 프로그램을 보겠지. 그렇게 아예 게임에서 배제당한 채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을 보느니, 그냥 빨리 탈락해버려라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쨌든 끝까지 살아남아 이번에도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으면 싶기도 하고.

 

홍진호를 응원하는 건 그가 영웅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그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결같이 뚝심있게, 자신의 방법대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웬만큼 강하지 않아서는 할 수 없는 거니까.

 

 

 

06.

 

그리고, 똑똑하기도 하고.

 

아이린 애들러의 말대로, Brainy is the new sexy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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