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4년 2월 12일, 본문
01.
오늘도, 잠에서 깨자마자, 그 남자에 대해서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 남자가 현실 속의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다만, 어째서 늘 그 남자가, 나보다 열살쯤 많은, 키가 크고, 건장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박식한 남자로 등장하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 남자가 나인지, 아니면 내가 필요로 하는 남자인지 궁금한 것이다.
02.
누군가가 내 인생에 간섭하는 일은 우스운 일이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03.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네가 생각났다.
"넌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안 궁금하니?"
그래서 묻는 말에, 너는 기껏해야 웃고 말 거라고 생각했는데,
"궁금하죠."
라는 대답이, 쉬지도 않고 돌아와 나는 잠깐 웃었다. 아, 나는 지난 2년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네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생각나면 또 연락한다?"
그리고 한참의 대화 끝에 묻는 말에,
"기다릴게요."
라고 말하는 너는 너무 모범생 같다. 시크하고 까칠하던 내 소년은 어쩌다 이렇게 착하게 대답하는 아이로 자랐을까.
어떤 학교인 건가 궁금했는데, 그러니까 추기경의 고등학교. 그러고보니 넌 새벽 5시 30분에 성당에 나가던, 성당 오빠다. 가끔 걱정했는데 어쩌면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잘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도 가끔 가슴이 아픈 것은, 네가 이 사회의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것은 힘든 일이다. 너에게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04.
아일랜드. 아일랜드라. 위클로우웨이를 걸으러 가야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