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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8일, why did you come to Ireland?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4.01 ~ 2014.12

2014년 3월 28일, why did you come to Ireland?

dancingufo 2014. 3. 28. 06:55





01.


시험은 어려웠다. 내가, 가장 시험을 못 치는 학생이 될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한 걸 감안하더라도, 시험은 어려웠다. 키안 앞에서, 스피킹 테스트를 하는 건 창피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렉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테스트의 짝이 메리였던 것도 행운 중 하나였지만.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어를 배우러 간 거니까 못 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열등생 노릇은 묘한 우울함을 불러왔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나는 우울하다. 영어를 못하는 내가 싫어서. 또는 어떻게 해야 이걸 잘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해서. 



02.


잔뜩 화가 나서, 계단을 내려가며, 투덜투덜대는데, 아래에서 내려오던 키안을 발견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두 톤 높아진 목소리로


"Hi~!"


하는 순간, 제니는 알았다고 했다. 아하, 저 사람이 바로 키안이구나. 너무 반가운 인사라서 그랬는지, 평소에는 그냥 하이, 하고 지나가던 키안이


"단, 공부 열심히 해!"


라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으쌰으쌰하는 제스쳐를 해보였다. 덩달아, 으쌰으쌰하지 않은 것은, 아마 공부해봤자 시험 결과가 이럴 거란 걸 알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03.


또 비가 쏟아졌고, 또 그 비를 맞으면서 학교에 갔고, 추웠고, 손이 시려서, 투덜대는 나에게, 키안이 물었다.


"그럴거면 넌 아일랜드에 왜 왔어?"


아일랜드에서 25년을 산 키안. 아일랜드의 날씨를 탓하는 학생들의 투정을 수도 없이 들었을 키안. 


키안은 다정하지만 냉정하다. 그것이 내가 키안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내가 키안을 좋아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04.


그래. 투정 부리지 말아야지. 못마땅하다면 내가 뭔가를 바꿔야 한다. 바꿀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는 것이 맞다.



05.


다시 더블린에 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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