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5년 1월 3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5.01 ~ 2015.12

2015년 1월 3일,

dancingufo 2015. 1. 4. 09:49




01.


리피강. 더블린에 살고 있는 지금도, 더블린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리피강. 



02. 


내가 서태지를 좋아하는 동안, 둘째 언니는 신승훈을 좋아했고, 첫째 언니는 김건모를 좋아했다. 나는, 김건모를 어찌나 싫어했던지, 고3쯤 되었을 때는


'김건모를 너무 오래 싫어해서 이젠 정이 들어버렸어.'


라는 말로 친구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사실 난 신승훈의 노래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김건모의 노래는 참 좋아했다. 히트곡들은 대부분 댄스곡이지만, 사실 김건모의 진가는 발라드에서 나온다고 그때도 생각했다. 미련. 아름다운 이별. 혼자만의 사랑. 


그 김건모가, 무한도전에 나왔다. 조성모가 여전히 좀 재수없고, 김현정이 여전히 좀 비호감인 것과 마찬가지로, 김건모도 여전히 별로였지만.


아, 그 목소리는 정말. 그 목소리란 정말. 




코끝 찡하게 만들진 않았지만 (나를 코끝 찡하게 만든 건, 오히려 SES였다. 좋아하지도 않았던 그녀들이, 이제와서 왜 이렇게 예뻐 보이던지.) 그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서, 한참을 더 듣고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추억은 왜 이렇게 모든 사람을 어리석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걸까. 



03.


서태지도, H.O.T도, 이효리도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터보와 지누션은 참 좋았다. 설렁 설렁 무대 위를 걸어다니고 마지막 노래에서는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거의 넘겨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무대를 꽉 채우고도 남았던 김건모의 무대도 참 좋았고. 

 

그래서 우리는 역시 예전 노래들이 좋았다, 고 말하지만 나는 이름도 외지 못하는, 요즘 아이돌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나중에 내 나이가 되어서도, 그 아이돌들의 노래를 들으며 코끝 찡한 추억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이런 식으로 그리 아름답지도 않았던 시절을 무조건 그리운 무언가로 만들어 버린다. 



04.


네 곁에 있을 때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너를 생각하면, 좋았던 일만 생각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지금의 이 시간들도 그런 식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 아름답지 않지만 그리울 것이고, 그 그리움 때문에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행복했던 것처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과거에 사로잡혀 살던 나는, 이제 이 현재가 과거가 될 미래의 시간들을 상상하며, 결국 이 현재마저 과거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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