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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5일, The theory of everything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5.01 ~ 2015.12

2015년 1월 15일, The theory of everything

dancingufo 2015. 1. 16. 06:58


01.


"난 한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이론?"

"어릴 때, 나는 많이 가난했거든."

"응. 그건 나도 그랬어."

"아니, 우리집은, 정말로 아주 많이 가난했어."

"그래?"

"응. 그러니까, 난 어릴 때 우리집이라는 곳에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어."

"그럼?"

"엄마의 친구네 집을 전전하면서, 얹혀 살았어. 나랑, 엄마랑, 여동생이랑."

"누나는?"

"그녀는 그때 우리와 같이 있지 않았어."

"응."

"그러니까 먹는 것도 늘 그냥 패스트푸드 같은 거였어. 좋은 음식은 먹어본 기억이 없어."

"그렇구나."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내가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먹는 일에 아낌없이 돈을 쓰게 된 거지. 먹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제서야 알게 됐으니까."

"좋아. 말 된다."



02.


"나도 한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이론?"

"나한테 위로 언니가 둘 있다고 했잖아."

"응."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아들을 꼭 원했거든."

"응."

"그런데 셋째인 내가 또 딸이었던 거지.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딸인 걸 알고, 아빠는 우셨대."

"이런."

"부모님은 내 다음은 반드시 아들이기를 바랐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아들처럼 키웠어."

"그래?"

"응. 나랑 둘째 언니가 두 살 차이라서 같이 자랐는데 언니는 늘 긴 머리에 예쁜 치마를 입히고, 나는 늘 남자같은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혔어."

"세상에, 정말?"

"응. 그래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나를 남자애라고 생각했어. 나는 그게 싫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일부러 큰 소리로 '언니', '언니'하고 막 불렀어.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여자가 부르는 sister와 남자가 부르는sister가 다르거든."

"응."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절대 머리를 짧게 자르지도 않고, 바지를 입지도 않는 거지."

"말 된다. 불쌍해, 단."

"아니야. 그것 때문에 상처받진 않았어."

"진짜?"

"응. 난 괜찮았어. 다만 내가 유난히 긴 머리를 고집하고, 치마만 입는 것의 바탕에는 그런 이유가 있지 않나 하고 이론을 만들어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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