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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5일, 애증의 두브로브니크.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5.01 ~ 2015.12

2015년 8월 15일, 애증의 두브로브니크.

dancingufo 2015. 8. 17. 09:54




01.


이제 와서, 깨달았다. 내가 in과 out을 바꿨다면, 그러니까 내 루트를 거꾸로 돌았다면, 이 모든 고민의 2/3쯤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란 걸.


그러니까 내가 왜, 두브로브니크에서 out할 생각을 했단 말인가. 길다랗게 생긴 크로아티아의 제일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데다가, 한 나라인 주제에, 두브로브니크 바로 앞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끼어들어서, 한 나라 안에서 버스 타고 이동할 때도 두 번이나 국경을 넘어야 하는 괴상한 도시.

이 도시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한 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난 여행 계획을 다 짜고, 크라쿠프로 가는 비행기표까지 다 사둔 후에야 깨달았다.


베니스에서 더블린은 60유로, 자다르에서 더블린은 91유로인데, 어쩌자고 두브로브니크로만 들어가면 그 가격이 3~4배로 껑충 뛰는 걸까? 그 루트만 거꾸로 해서, 더블린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건 100유로이면 해결되는 건 또 무슨 조화일까? 그러니까 두브로브니크로 in 했으면, 자그레브로 올라가 위로 빠져나가는 게 어렵지도 않았을 텐데. 난 바보처럼 이 루트를 거꾸로 해서, 저가 항공인데도 저렴하지 않은 비행기표를 끊어야만 해,


게다가 이 도시까지 가는 길도 멀고, 최근 들어 인기 휴양지로 급부상하며, 비싸기까지 하다는데.


그런데도 나는, 이 두브로브니크를 포기할 수가 없다. 포기하려고, 진지하게 마음을 먹었는데.


아, 나도 킹스랜딩에 가보고 싶어. 그리고 사람들이 좋다는데, 진짜 좋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 갈 수가 없어. 덕분에 가보기도 전부터 벌써 애증의 두브로브니크. 이 놈의 도시, 기대 만큼 안 좋기만 해봐라 내가 평생 안티가 되어줄테다.



02.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는 걸.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과정들은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03.


그리고 가끔, 어쩌면 좀 더 자주, 문득 문득 드는 생각. 자,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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