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6년 1월 4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6.01 ~ 2016.12

2016년 1월 4일,

dancingufo 2016. 1. 4. 22:30


01.


가끔, 잠에서 깨서,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며,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긴 어디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똑같은 걸 묻고, 나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이제는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을 하며 산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며 사는 건 중요한 걸까. 거짓을 말하면 내 진심이 사라지는 걸까.



02.


내가 십여 년간 모았던 천여 권의 책. 그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지는 않으면서, 그 책을 모두 다 베트남으로 다 가져가겠다는 언니. 


갑자기 삶이 더 의미가 없어졌다. 나를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게 했던 존재가 사라졌으니까.



03. 


예전엔 외로워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움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04.


너를 좋아했었다. 나만의 어떤 이유들로. 너는, 진심으로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고, 사람들은 그런 너를 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네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뭔가가, 어긋난 시점이 있었을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그 후로는 무엇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시점. 내 인생에 그런 시점이 있었던 것처럼 네 인생에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 네가 안쓰럽다는 이유로 대신 울어줄 순 없지만, 그렇게 살아온 너를 탓하고 싶지도 않다. 너는 그냥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너를,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잠깐 마주쳤을 뿐이면서, 내 인생의 기준으로 너를 판단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저 나는, 아직도 가끔 가슴이 아프고, 아직도 가끔은 묻고 싶은 것이 있고, 그래서 가끔 네 생각을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것뿐이다. 


언제나 내 숙제는 해결되지 않는 채로 남는다. 



05. 


"That's a kind of my nick name. I'm a angry Dan."

"No. You're not."

"Yes, She is."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젓는 아비가일의 말에,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she is 라고 대답하는 안나 때문에, 나도 덩달아 웃었다.


"Yes, I am."


그래서 나도 대답하기. Yes, I am. 그러자 아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나와 안나를 번갈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You guys are crazy. 


웬만해선 웃지를 않고, 짐작할 수 없는 이유들로 심각해지고, 언제나 화난 얼굴로 일을 하는 안나를 무척이나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 웬만해선 웃지를 않고, 새로운 스태프들에게 rude하게 행동하는 나를, 안나 역시 달가워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서로를 좋아한다기보다도, 서로 함께 일하는 걸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둘이 함께 일할 때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걸 인정하는, 안나와 나.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고갈티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 중, 나와 유일하게 비슷한 사람이 안나라는 걸.



06.


다시 한 해가 갔고, 다시 한 해가 왔다.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조차 생각지 않은 채로 어떤 시점을 떠나보냈다. 이제는 어디에서 뭔가를 성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조금만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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