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6년 7월 21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6.01 ~ 2016.12

2016년 7월 21일,

dancingufo 2016. 7. 22. 00:48




01.


왜 나는 늘, 버는 돈 없이 바쁜 걸까.



02.


약을 먹고 나면 진통제 때문에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찢어진 근육이 하루만에 붙은 건 아니니 움직이지 말고 그냥 누워 있으라던 네 말이 딱 맞았다. 


퇴근길에 전철을 탔다가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다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 절뚝절뚝거리며 겨우 집으로 돌아온 것이 지난주 수요일의 일. 


'엄마, 다리가 아파.'


하고 거실에 풀썩 주저앉았는데, 그 뒤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역에서 집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거리에서 주저앉지는 않겠다는 무의식의 힘이었던 모양. 스포츠에서 정신력 운운하는 거 잘 안 믿었는데, 겪어보니 정신력이란 게 진짜 찢어진 근육도 움직이게 하는 것 같긴 하다.


어쨌든 엄마는 내가 그렇게 아픈지는 몰라서 거실에 앉아 야구를 보는 나를 내버려두고 방으로 자러 들어가고, 그렇게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 가, 그만 씻자- 라는 마음으로 일어서려던 나는 그 순간 내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화장을 다 지우고 잔 걸 보면 난 성공할 거야. 



03.


엄마는 자고 나면 좀 낫겠지, 했지만 난 그 순간 알았다. 이건 자고 일어나면 더 심해져 있으리란 걸. 아니나다를까. 자고 일어나니 엄마는 출근하고 없는데, 난 침대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결국 동생한테 SOS.


동아, 누나 좀 태워서 병원에 데려다주면 안 되겠니?


개똥은 약에 쓸래도 없다던데, 신기하게도 내 동생은 영 쓸모없다가도 진짜 필요할 때는 쓸모가 있다. 결국 동생은 나 때문에 하루 출근을 못했어. 미안하다 동생아. 다음에 너 아플 때 난 아마 그렇게 안 해줄 텐데.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 누나는 원래 그런 여자야. 




04.


여튼 병원은 마음에 안 들었고, 의사는 더 마음에 안 들었고, 그 의사도 자기 말꼬투리를 잡는 날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난 도중에 병원을 바꾸긴 싫어서 계속 그 병원을 다니고 있고, 그 의사도 오는 환자를 오지 말라 할 수는 없으니 상대는 해주면서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 의사는 나한테 아무것도 안 해준다. 


"좀 괜찮아요?"

"훨씬 덜 아프지만, 나은 건 아니지 않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입원할래요?"

"아니요."

"그럼 물리치료 받고 약 받아가세요."

"알겠습니다."


이게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전부. 이래놓고 진료비를 받다니. 약값만 받으라고.




05.


사실 하도 집에만 있었더니 병원 가는 길마저 산책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정말 꼭 봐야 할 일이 있어 해운대까지 나갔다 왔고, 나도 생각은 있는 애라 그래도 하이힐 안 신고 운동화 차림이었는데, 돌아오는 길부터 다리가 영 불편하다. 아, 정말 하필 엉덩이 근육이 찢어져서 이건 앉아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걸을 수도 없어! 나더러 어쩌란 거야!


결국 집에 와서 한참을 뻗어 있었다. 아, 온 몸이 뻐근해. 스트레칭 하고 싶어.




06.


어쨌든 번역할 거리를 좀 받아왔는데, 뭐 소설 내용에 마인크래프트랑 관련된 게 너무 많다. 난 처음엔 이게 게임 용어인지도 모르고 한참을 뒤졌네. 어째서 요즘 세상에선 IT나 게임을 모르면 번역조차 하기 힘든 걸까.



 

07.


사실 나는, 지낼만 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08.


왜 너는 내 인생에서 나가주지 않는 걸까? 예전에 드라마에서 보니 사랑하니까 헤어진다, 뭐 이런 것도 많던데 넌 왜 그런 것도 안 해주는 걸까?


하지만 역시, 실은 나도 마찬가지인 거겠지. 그러니까 결국 끼리끼리인 거겠지만. 




09.


롯데는 드디어 기아를 상대로 위닝을 했고, 그 사이에 또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고. 스포츠팬이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난 이에 대해선 좀 트라우마가 있어서. 


알고 싶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선수는 관련되지 않았을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야구를 봤다. 나도 아는데. 이깟 공놀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내가 정말 잘 아는데.




10.


조금, 아주 잠깐, 장현규 생각을 했다. 


마음에, 이렇게, 그 이름을 묻은 채로 가는 건가 보다. 


 


11.


출퇴근이 불가능해진 이유로 일도 못하고 있고, 말만큼 공부도 열심히 안 하고 있고, 그러니 하는 일 없이 노는 주제에 오늘도 매우 바쁘다. 성격 상 삶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한데, 심심하지 않은데도 외롭기는 하다. 어쨌든 그냥, 사는 건 원래 이렇게 계속, 언제든 어디서든 외로운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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