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9년 6월 27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9.01 ~ 2019.12

2019년 6월 27일,

dancingufo 2019. 6. 27. 03:07

 

관계가 부서지는 것을 본다. 나는, 노력했다, 라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20년 전에도 이런 사람이었어. 이런 나를 견딜 수 없다는 건, 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네 마음이 변했기 때문인 거야. 그리고 문을 닫는 사람을 그냥 보고 서 있다. 괜찮아. 나 은근, 버림받는 데 익숙하거든.

 

뭐, 어때.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이 다하면 헤어지듯이. 관계가 다하면 누구와도 헤어질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왜 우니? 뭐가 또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가끔,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들여다 본다. 생각 많고 자의식 강하던,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 무너지지 않은 건 순전히 자신 덕분이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그 애가 어떻게 여기까지 버텨올 수 있었겠니. 그곳은 치열했는데. 차갑고 무서웠는데. 살아남았고, 또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렇게 잘 자라주었잖아. 그래서 나는 늘, 그 애한테 고마웠다고. 이렇게 남들이 보면 별 문제 없는 사람인 것처럼, 적당히 꾸며낼 수 있을 만큼 멀쩡하게 자라줘서.

 

너는 참 기특하구나, 하고- 다독여주고 싶었다고. 

 

이렇게 토라져서 징징대기나 하며 결국 다 내뜻대로 하겠다고 우기고 마는 새벽이 아니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라거나 죄를 짓는 일이다, 따위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거다. 내 마음이 뭐 어땠기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어떤 식으로도 죄가 될 수 없는 거야. 억울했는데. 결국 잘 보내줬잖아. 그게 어떤 마음이어야 가능한 건지 다들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도 결국 좋아하고 마는 게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안다. 

 

라고 쓰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것은 무얼까.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나를 떠날 수 있는 건, 나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정말일까? 너도 사랑하면서 떠나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알고 있다. 관계가 무너지는 건 결국 서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그렇지만 괜찮아. 나 은근 버림받는 데 익숙해. 

 

 

 

"유기 불안 같은 거야.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는."

"왜 그런 불안감을 가져? 넌 버림받은 적 없잖아."

 

응? 난 버림받는 데 익숙해. 

 

 

 

 

 

할 만큼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니 실은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봄이 갔고, 여름이 오고, 뭐 그런 것처럼, 한 시절이 가고, 새로운 시절이 와. 기대같은 건 없어. 나이가 들어서- 라기보다도, 조금 지쳤거든. 싸우고 싶지 않아. 어차피 뭐 그런 거잖아. 아, 세 개의 칼이 사라졌더라. 싫어하기 때문에 어디론가 없애버렸니? 마음을 부수는 게 싫어서?

 

아니, 난 상처받는 거 안 무서워. 정말이야. 상처받고 싶진 않지만 꼭 받아야만 하는 거라면 그냥 받을게. 상처받기 싫어서 도망다니며 살진 않을 거야. 좀 아프면 어때. 그러니까 나한테 상처줄까봐 무섭다는 말같은 거 하지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넌 그냥 네 진심을 보여줘. 

 

 

 

아, 진심. 그러니까 사실이랑은 다른 진실. 

 

 

 

 

 

괜찮아질 거야. 세상에 괜찮아지지 않는 일은 없어. 그러니까 이 시간도 그냥 그냥 보내는 거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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