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4.02.17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1 ~ 2005.04

2004.02.17

dancingufo 2004. 2. 17. 01:55



이렇게 지나간 노래를 듣고 있자니, 언젠가 본 적 있는 아이의 추운 눈이 생각나. 아이는 기습처럼 내 앞에 와서 쉽게 시드는 꽃 한 송이만 남기고 갔지. 그 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내가 본 아이의 그 눈을 생각했어. 어째서, 내 삶에 잠깐 그 아이가 깃들다가 가버렸을까.  

아이는 기습적으로 왔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또 한번 나에게 노크를 한 후 그렇게 다시 날아가버렸어. 어두운 골목길, 나를 바래다주고 돌아서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렇게 또 거리를 걷다가, 그렇게 또 지하철을 타다가, 또 어떤 날은 쇼핑을 하다가, 또 어떤 날은 영화관엘 들렀다가 아이를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다고. 나도, 아이도 비록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그렇게 살다가 마주칠 수도 있겠다고.  

그리고 몰랐겠지. 내가 그 생각만으로도 살만했다는 거. 짐작하지 못했겠지. 내가 그 생각만으로도 웃을만했다는 거. 그렇게 헤어진 후에 집으로 들어서며, 내가 그 생각을 하며 아주 잠깐 웃었다는 거.  

잠깐 원망이 됐어. 어차피 모른 체 하려던 내게, 노크를 한 건 내가 아니라 아이였다고. 나는 아직도 몰라. 그 때 그 아이가 했던 말.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어째서 내가 그런 얘기를 받아줘야 했는지도.  

눈. 그 때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나만 기억하는 환청인 걸까.

살다가 문득, 다시 내가 가는 길목 어딘가에서 아이를 만날 것 같아. 나는 그 눈을 보자마자 다가가지 않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지나간 시절의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문득 그 때 본 그 눈이 생각나.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 뜻하지 않게 걱정을 하게 되는 눈이야. 살아있다면, 반드시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눈이야. 아이가 내게 걸어온 말은 분명히 진심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그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한번만 대답을 해봐.  

이 추운 겨울을, 어디서 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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