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4.02.25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1 ~ 2005.04

2004.02.25

dancingufo 2004. 2. 25. 02:09




01.

아침 6시. 이 시간에 나를 깨어있게 할 힘은 romantic soccer.  


02.

김은중 대신 본 레알 마드리드.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최악의, 최악을 보여줄 수가 있니. 대체가 뮌헨보다 잘 했던 포지션이란 딱 하나. 골.키.퍼.


03.

누가 레알 마드리드 전력의 핵심을 호나우도라 하는가. 오늘 전력의 30은 까시야스. 거짓말 안 보태고, 부산의 김용대보다 비중이 높드라.


04.

그나저나 사고치는 까를로스라니. 믿을 수 없어. 괜한 짓 하고 경고 먹는 호나우도라니. 왜들 그러는 거지. 잡은 공의 80%를 뺏기고 말던 구티는 또 어떻고. 지단의 닌자모드는 상상해보지 못한 것. 피구도 칭찬받을 짓 하나도 안 했네. 나쁜 사람들가트니.  


05.

김은중은 경기를 잘 했을까. 동료들하고 호흡은 잘 맞을까. 조금 다쳤다던데 몸은 괜찮은 걸까.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가야 하는 그 곳에서, 음식은 잘 맞고 물은 또 마실만할까. 하긴 이렇게 걱정하면 그렇게 말했지. 그런 거 뭐 별거냐고.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라고.


06.

어쨌거나 칸 하나 죽이는 대신 레알 마드리드가 살았으니 나에겐 다행. 오늘의 깨달음. 네버 다이 칸도 실수는 한다.


07.

몸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나이를 먹는 일이란 너무 가혹해. 늙어버린 나의 홍주장을 보면서, 쫓겨나듯 팀에서 나가버린 이에로를 보면서, 예전처럼 유연하게 터닝하지 못하는 황선홍을 보면서, 그리고 이제 제 자리를 젊은 후배에게 넘겨줘야 할 칸을 보면서, 자꾸만 마음이 아파. 그 사람들에겐 늙어가는 육체가 너무 잔인해.


08.

안타까운 일이란 개막전을 보러갈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 귀찮은 일이란 매주 토요일마다 한글 학교에 가서 애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것. 늙은 교장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무리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봐도 난 교회는 나가지 않을 거야.


09.

첫 수업은 8시 30분. 이대로 그냥 수업을 들어러 가야하는 건,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만날 수 있는 곳의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의 대가. 그러고보니 바로 그 곳에 캡틴도 있고, 호나우도도 있고, 김은중도 있구나.  

그런데, 거기는 지금 몇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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