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4.03.02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1 ~ 2005.04

2004.03.02

dancingufo 2004. 3. 2. 13:55




호베르토 까를로스는 자기의 슛을 선방해낸 상대팀 골키퍼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인다. 브라질리언이 아니고서야 가질 수 없는 여유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건 까를로스만이 보여주고 있는 '나이스 샷'. 이런 까를로스를 누가 감히 욕되게 하려는 것일까.  

호세 마리아 구티는 제 얼굴을 가격한 선수에게 경고를 주지 않는다고, 심판의 손을 거세게 뿌리친다. 당장 '씨팔' 욕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 그리고 긁힌 상처속에서 배어나오는 피를 제 손으로 쓰윽 문질러 버리고, 저를 가격했던 이에게 두고보란 듯 시선을 주고 가는 몸짓이 어쩌면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지. 캡틴이 빠진 자리에서 캡틴의 완장을 차고, 그 누구를 만나도 주눅 들거나 자신없어하지 않는- 이런 구티를 누가 감히 2진급이라 부르는 것일까.  

지네딘 지단은 머리에서 철철 피를 흘리고도 보복이나 분노따위가 없다. 그저 빠르게 지혈을 하고 들어와 그만큼 더 눈부시게 걸어다녀버리는, 성급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이 경기의 '지배자'에게 누가 감히 약물복용 따위의 오욕을 씌우려는 것일까. 오늘은 이 지단의 헤딩골을 처음본 날.  

그리고 아름다운 라울 곤잘레스는 넓지 않은 그 어깨에 올려진 숱한 책임을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양 받아들이고 한번도 억울해하는 법 없이, 한번도 나태해지는 법도 없이, 그저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이런 라울 곤잘레스를 누가 감히 누구누구의 다음 정도로 치부하려는 것일까. 언제나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멋진 캡틴. 멋진 스트라이커.

그리고 이 사람들을 한 팀에서 만나게 해준 호나우도에게 그저 감사할 뿐. 요즘 나는 산티아고의 사람들을 보는 일이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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