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3월 20일,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 본문
01.
사람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농담을 하고, 듣고, 웃고,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구 웃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출출하지도 않았는데 식사를 하고, 두어잔일 뿐이지만 맥주를 마시고, 눈 앞에 보이는 대로 안주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을 만큼- 그 만큼 웃었구나, 라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유쾌해졌다. 사람은 섬이 아니라고. 그래, 그 말은 누구에게나 이런 관계맺음 정도는 필요하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02.
요즘은 마음이 시들시들하다, 라고 자주 느낀다. 꼭 특정한 대상을 향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대부분의 대상을 향해서 그렇다. 지난 몇 달 손을 놓고 있었던 나의 옛 싸이를 돌아보다가, 내가 올렸던 사진들 밑에 내가 달아둔 코멘트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라울 곤잘레스와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식. 그러니까 그런 식의 느낌이 주위에서 종종, 그냥 멍하니 있다가도 문득문득, 머리 속에서 팟- 하고 스쳐가는 것이다. 라울 뿐만 아니라, 승룡이에게도 그렇고, 홍코치도 드문드문하게 느껴질 뿐이고, 가끔은 대전에게도 좀 그러니까. 그나마 시들시들하지 않은 것은 김은중 정도랄까. 정작 이 세상에는 꽃피는 봄이 오는데 왜 내 마음은 이렇게 시들시들 기운을 잃어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03.
음- 김은중. 그러니까 김은중.
04.
가끔 김은중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나는 내가 김은중을 너무 좋아하는구나- 라고 깨닫곤 한다. 어쩌란 말이냐. 이렇게나 좋아서, 라고 피식- 웃지만 그래도 역시 김은중이 좋은 것이다. 특별히 어디가 왜 좋은지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뭐 그런 것을 굳이 생각해서 뭣하겠냐는 생각이 늘 결론이다. 나는 김은중에 대해서는 별로 의심하거나 추궁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김은중에게만은 파르르 날 같은 거 세우고 싶지 않다.
05.
나는 A형만 모인 집안의 A형 답게, A형의 특징이라는 소심함과 내성적인 기질을 다분히 갖추고 있다. 겁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도 많이 쓰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꽤 자기애가 강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보통의 A형들이 갖고 있다는 이런 기질들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그래도 나는 다분히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사는 일이 꽤 피곤할 때가 많다. 요즘은 정말 보통의 B형이 그러하다는 것처럼, 나 역시 좀 더 뻔뻔하고 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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