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3월 27일, 아무것도 몰라요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3월 27일, 아무것도 몰라요

dancingufo 2006. 3. 28. 05:02
 

01.

두통이 시작되는가, 했다. 카페인이 부족했던 탓이라 생각하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셔보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내내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두통이 사라진 건 퇴근길에서였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대가 어중간한 것.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업무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량을 다 끝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특별하게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남의 돈을 받아먹고 사는 일이 어디에선들 쉬울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꽤 일을 잘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이런 나를 꽤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데도, 조금씩 못견딜 것 같아진다.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도 안다. 두통이 일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부족한 내 끈기를 탓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꼭 끈기있는 인간으로 만들고 싶진 않다.


02.

봄볕이 내리기 시작했다. 햇살을 받은 대전의 거리는 포토샵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눈부시게 뽀얗다. 학교의 푸르렀던 잔디 냄새가 떠올랐다. 호숫가로 피어나던 나무잎의 냄새도. 진달래와 개나리의 향기도. 갓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하는 벚꽃과 목련의 기운도. 마음이 설??? 왜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이토록 심장이 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떠나고 싶어졌고, 다시 방황하고 싶어졌다. 아직도 사춘기 시절 그대로인가. 달라지지 않는 것인가. 삶은 결국 그 자리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 것인가.


03.

교정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듯 네가 떠올랐다. 어떻게 아파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그 때 난 그냥 있었다. 친구들을 만난다거나, 다른 사람을 찾는다거나, 위로가 될 만한 것들을 생각해내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나는 그냥 있었다. 그냥 그렇게 있었고, 치료를 받지 못한 상처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흉터로 남고 말았다. 너는 이제 내게, 흉터로 남았다.

 
04.

꿈에서 A를 보았다. 두번째인 것 같기도 하고, 세번째인 것 같기도 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엔, 왜 내 꿈에 나오는 거냐고 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A에게 별로 솔직하게 구는 사람이 아니다. A가 솔직하게 답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아니다.


05.

비록 나이가 들었을지라도, 골을 넣을 줄 아는 윙어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릴 줄 아는 윙백이 우리 팀에 온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방방 뛰어다니고 싶었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주승진의 소식을 들었다. 시즌 아웃이라면 울고 싶어질 것 같고, 시즌 아웃이 아니라면 그딴 소식을 퍼트린 인간을 잡아다가 열 여덟번쯤 차주고 싶을 것 같다. 주승진이 내게 이렇게 중요한 존재였구나. 제발, 부디, 조금만 아픈 것이면 좋겠다.


06.

대전으로부터 이만큼 멀어졌다. 딱히 소식을 들을 곳도 없고, 딱히 소식을 물을 곳도 없을 만큼. 다, 김은중 탓인가보다. 다 보고 싶은 김은중 탓.


07.

왈가왈부할 것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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