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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3일, 너무나 답답한 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13일, 너무나 답답한 일

dancingufo 2006. 6. 14. 03:07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를 보다가 결국은 너무 답답해졌다. 대한민국의 16강도 중요하지만 이 월드컵은 지주의 마지막 월드컵 아닌가. 어차피 대한민국이 우승을 못할 것이라면, 라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없다면, 지단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랐다. 지단은 내게 팀에 있어 중심이란 게 무엇인지 알려준 선수이고, 축구에 있어 영웅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선수이고, 어떤 상황에서든 이 선수라면 무엇이라도 해줄 거라는 믿음을 알려준 선수이다. 나는 지단을 통해서 선수가 마법 같은 플레이를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가장 좋아한 선수도 아니고 특별히 애닳아하지도 않았지만- 오래된 축구팬들에게 마라도나나 펠레 같은 영웅을 보았다는 것이 추억이나 자랑거리라면 나에겐 지단이 그러했다. 나는 이 선수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이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즐기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이 선수가 내가 응원하는 팀의 지휘자라는 것이 늘 좋았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16강도 중요하지만, 지단의 마지막 월드컵이 부디 영예롭기를 바라고 있다.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덧, 조금은 늙고 조금은 지쳐버린 이 선수가 더 이상 자신의 팀을 구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너무 답답한 일이다. 토고전의 승리가 준 기쁨마저 잊어버릴 만큼, 너무나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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