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0년 10월 19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0.01 ~ 2010.12

2010년 10월 19일,

dancingufo 2010. 10. 19. 18:44

가끔씩,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관계와 의무 속에서 허덕이다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내게도 올까봐 나는, 무섭다. 다들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현 가능한 것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래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 같아서, 나는 무섭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과 조용한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생각에 잠기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한데 이런 시간들 속에서 외롭다고 생각하고 그 외로움 때문에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서 이러한 시간들을 빼앗아가면, 내가 살 수 있을까? 늘 누군가가 내 곁에 있고, 내 공간과 내 시간이 누군가에 의해 공유된다면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지만 때로는 그 사람들마저 귀찮고 성가셔서 나는 문을 걸어잠그고 만다. 때로는 아무도 나를 간섭할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지만, 그렇게 도망치다가 또 때로는 어째서 내 곁엔 아무도 없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슬퍼진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결국 평생동안 이런 마음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인지, 아니라면 이런 마음마저 잊어버리고 그토록 내가 무서워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인지, 이제는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해가 이르게 지고, 그래서 하루의 많은 시간 동안 불을 밝혀야 하는 계절이 오면, 나는 더 이상은 혼자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자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시간 같은 것은 내가 누려서는 안 되는 것들로 여겨질까? 왜 나는, 외롭지 않으면 내가 무너지고 말 거라고,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될 거라고, 더는 꿈도 꾸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내가 나 자신에게 허용한 것은 이토록 쓸쓸한 시간들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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