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마릴린 로빈슨, 길리아드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마릴린 로빈슨, 길리아드

dancingufo 2011. 2. 12. 01:36

[물론 글쓰기에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지. 내게 글쓰기는 언제나 기도처럼 느껴졌고, 기도문을 쓰지 않을 때도 기도하는 것 같았어. 누군가와 같이 있는 느낌 있잖니. 난 지금 너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낀다. 네가 지금은 어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런 편지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느낌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어쩌면 이런저런 이유로 네가 이 편지들을 못 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네가 이 글을 읽을 때까지 겪은 슬픔이 안타깝고, 또 네가 좋은 일들을 만끽할 것을 기대하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다시 말해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한다. 거기에는 친밀감이 있지. 그건 사실이란다.]
 
고작 첫 번째 장을 다 읽었을 때, 난 이 책이 내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어쩐지 빨리 읽히지가 않아서, 이상하다고도 생각했고. 읽는 동안에는 어떤 문장이나 장면들이 참 좋기도 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에임스 목사가 생각이 난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나는 때때로 에임스 목사를 생각하고 있고 그때마다 아주 조금씩 슬프다. 이것은 오만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나 자신이 뭔가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에임스 목사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슬픈 이유는 그가, 내가 이해하고 있는 어떤 존재들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쩐지, 나는 에임스 목사를 이해할 것 같고 그래서 그를 잊어버리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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