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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역대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케이샤 캐슬 휴즈는 이제 겨우 12살이다. (아, 한 해가 지났으므로 13살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아역시절에 숱한 영화나 드라마를 오고 간 아역스타도 아니고, 우연찮게 배우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12살에 첫 영화를 찍었고 그리고- 역대 최연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래, 여우주연상을 탄 건 아니고 그냥 후보다. 하지만,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케이샤 캐슬 휴즈' 이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소녀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매끈한 종아리. 하얀 팔목. 이런 것이 주는 소녀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케이샤 캐슬 휴즈의 눈에는 무거움과 깊이가 존재한다. 부족을 이끌어야 할, 지도자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가..
2004년. 씨네21에서 집계한,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영화. 평론가들이 감동 다큐멘터리 [송환]과, 국위선양하고 돌아온 김기덕의 [빈 집]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인 것에 반해 네티즌들은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을 '최고의 영화'로 거론했고 그 열띤 경쟁속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영화가 바로 [범죄의 재구성]이었다. 최동훈, 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난데없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영화를 내놓아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처음 듣는 이름이니까 분명하게 신인일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 이 영화에서는 신인감독의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물론 스토리 전개에 억지와 모순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기꺼이 눈 딱 감고 속아주고 싶어진다. 이 만큼 ..
그런 영화가 있다. 평가도 좋고, 인기도 있고, 주위에서 본 사람들은 다 좋다- 괜찮다- 재밌다- 얘기를 하고, 이름있는 상도 받고, 안 본 사람보다 본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보고 싶지 않은 영화. 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도 끝내 그 영화 대신 다른 영화들을 선택하게 되는 영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괜스레 끌리지 않고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 그런 영화가 꼭 있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는 [쉰들러 리스트]같은. 손에 잡히는 대로 DVD를 사오던 어느 날, 몇 년이나 미루고 미루었던 [쉰들러 리스트]가 그 속에 있었다. 그러고도 또 몇 주. 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심심한데 할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저녁. 거실에서 혼자 DVD를 틀었다. 오스카 쉰들러. 만약 저런 사람이..
이상하다. 이 영화, 참 재미없다. 미야자키의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고 무덤하게 느껴지다니. 내가 늙은 것일까. 멋진 하울. 잘 생긴 하울. 게다가 목소리까지 좋은 하울. 그렇지만 매력없는 남자다. 하울이 소피의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하늘을 걸어간 사진 속의 저 장면이, 영화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장면. 기대가 컸으니까 오랜만에, 김빠진다.
[텔미썸씽]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내가 그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심은하'라는 내 생애 최고의 배우 때문이었고, 그녀가 좋아했다고 기억되는 '한석규'때문이었고, '한석규'가 연신 마셔대던 커피가 [쎄븐]의 '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관객을 혼동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애둘러 이야기하는 '장윤현'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까 친구가 [Some]에 대해 끄적거린 글을 엿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장윤현'의 작품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장윤현. 고집이 있는 감독은 좋다. 최소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감독은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기는 할 망정 불쾌한 면은 없다. '장윤현'은 [Some]을 통해 그런 고집을 드러낸다. 다소 픽- 웃음새는 부분이 있다해도 내가 '장윤..
펠레 마르티네즈. 이 남자를 어디서 봤드라. 영화를 보면서 기억을 되짚는다. 오픈 유어 아이즈. 떼시스. 그리고... 또 어디었더라? 차갑고 예리한 몸이 좋다. 염정아라든가, 또는 김은중이라든가. 영화 속에서 펠레 마르티네즈는 내가 좋아하는 그런 몸을 뽐낸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이 남자에게 시선을 집중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펠레 마르티네즈는 멋진 몸을 가졌고, 좋은 표정을 가졌다. 모든 관객이 가엘 베르시아 베르날에게만 집중하지 않길 바란다는 감독의 말이 일견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남자는 매혹적이다. 그 매혹에 대해 생각할 때쯤 소년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청명한, 소리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영화에 all in한다. 나는 소년에게 약하다. 그중에서도 예쁜 소년..
이번엔, 주홍 글씨를 새겨야 할 사람이 남자다. 하지만 죽고 사라지고 죄를 짓고 더렵혀지는 것은 여자다. 남자는 살아남아 다시 또 총을 겨누고 여자들을 거느릴 것이다. 그는, 아내의 더러운 과거를 봤고 애인의 추잡한 죽음을 보았지만 그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몸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 주홍글씨가 숨겨야 할 죄악의 표식이 되는 것은, 그것이 여자의 몸에 새겨졌을 때 뿐이다. 이 영화가 싫다. 재미가 없고 어수룩하며 산만하다. 또한, 이 영화가 싫다. 사회적인 2류를, 어떠한 이해나 고민도 없이 무책임하게 끌어와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꽤나 그 역을 멋드러지게 소화해 낸 한석규가 있고, 데뷔작에서는 내가 분명히 박수를 보냈던 변혁이..
로미오 포인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들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은 절대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없다. 그들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들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행하러 간다. 로미오 포인트로 향한 9명(또는 10명)의 병사들이 찾은 것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살 수 없는 곳에서 떠도는 귀신일 뿐이다. 그리고 그 귀신들이 그들에게 선사한 죽음이다. 빙의. 떠도는 넋은 그들에게 스며들어 그들의 손이 총을 들게 하고, 그 총으로 동료를 죽이게 만든다. 살아남은 자는 빙의될 가능성을 잃은 병사 뿐이다. (그는 귀신이 들어올 수 있는 눈을 잃었다.) 영화가 반드시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구성에서의 치밀함은 친절과는..
악어. 파란 대문. 수취인 불명. 섬. 나쁜 남자. 해안선. 나는 김기덕의 치열함이 마음에 들었다. 특별히 그의 영화에 공감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그의 신작들에 손길을 뻗쳤던 건 그가 영화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치열함이 마음에 들었던 탓이다. 시퍼런 가시가 살아있고, 손에 닿으면 목숨도 뺏을 듯한 독이 서렸다. 그래서 슬금슬금 피해가는 사람들 때문에 슬프고, 그 슬픔을 위로받기 위해서 악을 쓴다. 김기덕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 김기덕은 늘 싸웠다. 나는 어느 쪽의 편도 아니었지만 김기덕이 계속 영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랬다. 굳이 변하거나 타협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영화를 보여주길 바랬다. 그러니까 중립적인 지지자였다고 해두자. 그런데 이제 김기덕은 그 시퍼런 가시를 잘라내기로 했나보다..
아리스가와. 영화속의 앨리스. 릴리슈슈의 쿠노. 본명 아오이 유우. 망설이고 주저하고 자신없어할 때도, 이상할 만큼 눈부신 아이. 영화는 '하나'와 '앨리스'의 이야기다.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색한 고등학교의 교복으로 바꿔 입은 두 소녀는 과장되게 웃고 어색하게 귀여움을 떨지만 이상하게 그 행동과 웃음들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두 소녀인데도 그것만은 분명히 이와이 순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아름답다. [러브 레터]에서도 그랬고 [4월 이야기]에서도 그랬고, 언밸런스하게도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서 역시 이와이 순지의 영화는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와이 순지에게는 아름다운 영상을 갖추지 못한 영화는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그 영상을 만들어내느라..
[동갑내기 천재를 보고 있으면 왠지 용기가 생겨.] 이치로를 처음 알게 된 게 중학교 2학년 때였는지 3학년 때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확실하게 떠오르는 건 내가 이치로를 잠깐 좋아할 뻔 하다가 관둬버렸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선수 좋아하기도 벅찬데 외국 선수에게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본선수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탓도 컸다. 그렇게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치로의 팬이 되지 않았고, 그래도 이치로는 내게 살면서 처음 호감을 느껴본 일본인으로 남았다. 영화 속에는 네 명의 이치로가 나온다. 이치로와 이름이 같은 전직 야구선수와, 역시 이치로와 이름이 같은 작가, 그리고 재수생이기 때문에 '이치로'라고 불리우는 소년과, 천재..
호시노 때문이었다. 릴리슈슈의 호시노 말이다. 유명한 영화였지만, 한번은 봐야겠다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호시노가 아니었다면 인터넷을 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일은, 그렇게 인상 깊은 존재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릴리슈슈 이외의 다른 영화 속에서 호시노를 재빨리 구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서 찾아보자면, 두 명의 남자 아이 중에서 좀 더 뒤쪽에 앉아있는 아이. 나는 이 아이가 호시노라는 걸,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었을 때에야 확신했다-_- 하지만 배틀 로얄의 미무라(릴리슈슈의 호시노)는 영화 속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무라보다 앞에 앉아있는 사내녀석 나나하라 슈야(본명은 후지와라 타츠야)와 상처를 입은 채 비스듬하게 넘어져있는 노리코(본명은 마에다 아키). 친구를 ..
나에게 오시마 나기사는, 위대한 일본의 거장이 아니라 J리거를 꿈꾸던 마츠다 류헤이라는 소년을 스크린 안으로 데려온 사람이다. 가 좋은 것은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 아는 것을 모두 다 영화로 만들어 봤음직할 한 시대의 거장이 그 거장으로서의 무게나 냄새를 풍기지 않고 그저 즐겁게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는 짐작 때문이다. 모든 사무라이들이 사랑에 빠져버리는 카노 역의 류헤이는 우리 기준에서 보자면 절대로 '미소년'이나 '꽃미남'이라 할 수 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혹적이며 교태가 섞여있는 그 몸짓과 눈빛에 넋을 잃고 빠져들어도 좋을 두 시간. 이 영화를 다시 구해봐야겠다. 보고 싶다. 카노와 소지.
사람들은 홍상수의 영화에 열광하거나, 불평한다. 주로 영화 좀 본다는 애들은 열광하는 쪽이고, 주로 남자애들은 불평하는 쪽이다. 그리고 나는 특별히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의 영화를 불편해하는 쪽도 아니니 일단 '중간'이라고 해두자. 사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리얼리티'를 그의 영화에서 잘 발견하지 못한다. 홍상수의 영화에는 로맨틱함이 없을 뿐 환상이 없지는 않다. 그의 영화는 분명히 남다른 면을 가지고 있지만, 또 때로는 진부하기도 하다. 그의 영화가 재밌는 건 인정하지만 썩 즐겁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원도의 힘]은 좋았다고 기억한다. [오, 수정]까지도 신선했다. [생활의 발견]에는 또 다른 재발견의 맛이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는, 남자가 있고,..
나오미 와츠가 좋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뚜렷하게 인식하게 된 건, 내가 나오미 와츠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냐리투의 영화는 지적이었고, 베네치오 델 토로의 눈빛은 짐승같으면서도 연약해 보여서 슬펐다. 숀 펜의 환상적임이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해두자. 그러니까 이냐리투의 마술같은 솜씨와 두 배우의 카리스마만으로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게임 끝!'을 외쳐도 좋은 영화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기대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로서는 다소 억울할 '기대 만큼 못 했다'라는 감상을 가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와중에도,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나 많은 감탄사를 늘어놓거나, 두 눈을 집중하고 있었던 건 나오미 와츠였다. 나오미 와츠는 착해 보이는 볼을..
치부나 상처를 들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치부나 상처는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을 붙잡아 놓고 이것 한번 보라고 그 치부와 상처를 들이미는 일이 이들이라고 해서 쉬웠을 리 없다. '인권'이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 여섯개의 시선이 고통스러운 동시에 장하고 정겨운 것은 그 감독들의 인내와, 그 시선 속에 배여있는 따뜻함 때문이다. 박찬욱을 보면 인내가 느껴진다.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고통도 (또 어떤 고독도) 감내하려 하는 인내 말이다. 사람의 상처를 들추는 가학적인 취미나, 같은 종족인 인간을 타자로서 바라보며 비웃는 냉소가 아니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또한 아니다. 박찬욱이 가진 것은 인내이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동정이기도 하다. (박찬욱의 ..
한동안, 영화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동안, 영화를 봐도 아무런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 영화를 만났기 때문에 '릴리슈슈' 이 이름을 가슴 속에 넣어두고 산 것은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한 것은 3년 전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어느 극장에서도 이 영화는 개봉되지 못했고 (영화를 수입해 놓고도 개봉하지 않은 것은 물론 돈벌이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감독이나 배우도 없었건만 이상하리 만큼 이 영화에 마음을 매여두고 있던 나는 결국 '언젠가는 보고 말테야' 하는 아쉬움만 간직한 채로 살았다. 그리고 3년. 갑자기 릴리슈슈, 먼지 쌓인 이 이름이 가슴에서 투투둑- 고인 물을 튕기며 뛰어 오른다. 잊은..
나를 웃게 하는, 나를 즐겁게 하는. 실상 류승범의 대단하다 싶은 연기도 류승완의 영화에서만 진짜 빛을 발한다. 훌륭한 형. 훌륭한 아우. 이들 형제가 좋다. 굳이 선택하자면, 아우보다는 형쪽이. 계속해서 이렇게, 즐겁게, 맘 내키는 대로, 자기 하고픈 대로,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 주길. 그럼 나도 계속해서 이렇게, 즐겁게, 유쾌하게, 100% 편애심에 가득 차서, 그렇게 영화를 즐겨줄 테니까.
어떤 무모하고 황당한 얘기를 해도, 기가 차거나 당황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류승완이나 장진 같은 사람들 말이다. 다들 재미있고 웃기다는 '간첩 리철진'은 보는 내내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 한번 안 냈고, 나름대로 기발하고 신선해서 좋았던 '킬러들의 수다'는 그렇지만 원빈이나 신하균에게의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정도였다. ('화성에서 온 사나이'는 감독도 후회할 성 싶으니 새삼 언급하는 수고를 들이진 말자.) 그리고 '아는 여자'는 내가 보는 이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로맨스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도 없었고 (이 감독, 로맨스에 소질은 없었는지 모르지만 관심은 있었다.) 이나영과 정재영이 언밸런스한 커플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사실 이나영은 아무하고도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고하토, 우울한 청춘, 나인 소울즈, 쇼와가요 대전집. 류헤이는 늘 이런 식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그가 제대로 된 '인간'을 연기하는 것은 [연애사진] 뿐이다. [연애사진]을 제외하자면, 어디서건 피를 보이지 않는 작품이 없고 그 [연애사진]까지 합해서 누군가가 죽고 류헤이가 혼자 남지 않은 작품이 없다. 류헤이는 늘 혼자 살아남는다. (물론 [나인 소울즈]에선 그도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마지막에 죽는다.) 그렇지만 류헤이는 혼자 살아남을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다. 손끝 하나의 떨림도 보이지 않거나(고하토), 무릎을 꿇고 앉아 절규하거나(우울한 청춘), 앞서 간 이들과 함께 가거나(나인 소울즈), 복수를 위해 세상을 통째로 없애 버린다(쇼와가요 대전집). 그리고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