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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이란은 말했지. 당신은 친절한 사람입니다, 라고. 자꾸만 보다보니 그리워하게 됐고, 그리워하다보니 좋아하게 되었다고도. 단 한 번 다정한 눈빛조차 없었으면서 저렇게 환희 웃는 얼굴로 함께 있는 모습은 파이란의 꿈일까? 강재의 꿈일까? 별의별 게 다 영화가 되는 세상. 장백지는 너무 예뻤어. 시체가 된 후에도 사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만큼.
내가 봉준호를 처음 만난 건, 네임밸류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수수한 얼굴에 이상스런 기민함이 엿보여서 특별히 내 마음을 끌어당겼던 배우 이성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성재라는 그 배우 만큼이나, 수수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그 속에 흔히 '촌철살인'이라 표현될 만한 유머와 냉소가 함께 느껴진 플란다스의 개는, 누구를 비판할 의도도, 누구를 우스꽝스럽게 만들 의도도 없던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어떤 무형의 메세지가 마음에 들어왔다. 어떤 말로도 정리할 수 없는 메세지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고 또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메세지. 그것이 내가 '봉준호'를 처음 만난 날의 기억이다. 그리고 그 후 3년이 지난 후에 봉준호가 새 작품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아- 그 봉준호 싶어서 관심을 가지려..
나는 유쾌했다. 확실하게 이 영화는 나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예쁘고 늘씬한 줄스의 덕이기도 했고, 그런 감독은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은 미남 감독 조의 덕이기도 했고, 제스의 방에 걸려있는 베컴의 멋진 대형사진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 그것보단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지만 그 얼굴엔 주눅드는 법이 없는 제스의 덕이 컸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축구의 덕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슈팅 라이크 베컴'은 유쾌한 영화였다. 적어도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유치하거나 어설프지 않게 내 코 밑에 들이밀어 주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서서 차도 기가 막히는 굴곡을 그리며 골문으로 향하는 베컴의 킥처럼, 줄스도 비록 일직선으로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신이 갈 길을 향해서 간 것이다. 눈부..
Die Bad.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몰랐어. 영화속에 어떤 위대함이 있다는 것. 류승완의 흔적을 쫓아 다니다가 어느 날 알게 됐지. 나는 '류승완 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그냥 죽거나 아니면 나쁘거나- 라고 말했던 이 영화 한 편에 뒷통수를 맞았던 거야. 그런데 참, 이상할 만큼 류승완 이 사람이 나는 좋아. 나와 다르게 말하고,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도 아닌 저 감독이, 저 배우가, 저 사람이 나는 참 좋아. 별 감흥도 못 느꼈던 '오아시스'를 다시 본 건 설경구나 문소리 때문이 아니었어. 참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던 류승완 때문이었지. 류승범을 처음 본 것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였어. 저렇게 못생긴 배우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잘난 피가 어디 ..
킬 빌은 즐거운 놀이이다. 킬 빌을 본다는 것은 타란티노의 한 바탕 놀아나는 파티에 참석하는 일이다. 그것은 잔인하고 그렇기에 더욱 더 유쾌한 놀이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 놀이의 위대함은 느낄지언정 그 놀이의 재미는 느끼지 못한다. 타란티노의 '피의 파티'보다는 차라리 네 시간을 넘게 나를 정신병원에 가두어두던 폰 트리에의 설교가 나은 것 같다. 타란티노의 놀이를 즐길만한 기질이 나에게 없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빨간 우산 하나가 기적을 남기고 가는 순간. 이런 것으로도 사람 마음을 끌 수 있는 것이 진정 이야기꾼다운 것일까? 여자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예뻐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슬펐다. 때문에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옷장 하나, 침대 하나, 소녀의 방 하나 꾸며주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이 영화에 그러니까 나는 마음을 뺏기지는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말간 얼굴이 한 순간 향유한 후 잊어버리기엔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것 뿐. 수연이는 죽었잖아- 말하는 제 아버지의 말에 비명을 지르는 수연이의 얼굴이 너무 슬펐다. 수미도 아닌 수연이가, 살아남은 수미가 아닌 이미 없는 수연이가, 제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겠다는 듯 귀를 막아버리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슬펐다. 비록 그것이 '수미의 환상이면서 어떻게 수연의 시점을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이 영화의 오점일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불고 음악이 흐르고, 발작하던 아이의 숨이 조금씩 잦아들..
정원이 타고 다니던 스쿠터. 다림이 퍼먹던 아이스크림. 그런데 왜 반말해요? 동그란 눈을 하고 다림이 묻던 질문. 잠이 든 다림에게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던 정원의 웃음. 문 닫힌 사진관 앞을 서성이는 다림.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정원. 다림이 던진 돌맹이와, 쨍그랑 깨져 내리던 사진관의 유리창. 그리고 그는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게 해준 당신에게 고맙다며 그렇게 눈을 감았던가. 처음에는 지루했고, 두번째엔 예뻤고, 세번째엔 재밌었고, 네번째엔 무척 마음이 아팠던, 그런데 정원의 생일이 8월이었을까?
몇번을 다시 본 것 같지만 언제나 아직 다 보지 못한 영화처럼 아쉬움이 남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육체의 아름다움에 쉽게 혹하는 내가, 왜소하고 볼품없고 유순하기만 하며 때로는 초라한, 양조위라는 배우에게 반한 기억. 양조위에 대한 기억. 1. 첩혈속집. 유덕화에 품에 안겨 피 흘리던 어린 사내. 무섭고 두려운 것이 많던, 툭하면 실수나 저지르던, 결국엔 등장인물 중 최초로 죽음을 만났고 죽으면서도 무섭다고 울었던 아량. 그 아량을 껴안고 죽음을 믿지 않던 오경관보다도 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던, 그래서 처음으로 유덕화나 장국영, 주윤발 말고도 홍콩배우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던 첩혈속집의 양조위. 그것이 첫 만남. 2. 비정성시. 사진관을 꾸려가는 4형제의 막내. 무언가로부터 언제나 소외되어 있는 ..
The Joy Luck Club, 1993 감독: 웨인 왕 출연: 프랭스 너옌, Lisa Lu, 밍-나 웬, 탐린 토미타 웨인 왕. 아시아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나가는 일이 이 사람에게는 참 많이 고된 일이었을까? 꽤 많은 편수의 영화를 제작하고도 아직 제 길을 또렷하게 가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감독의 남다른 관찰력이 좋다. 무심히 지나쳤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저마다의 특별한 삶과 그 삶의 굴곡들과 그 굴곡들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낼 줄 아는 능력. 그것이 내가 계속해서 웨인 왕을 주목하는 이유. 한번쯤은 다시 돌아봐야지. The joy luck club.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Special Edition, 1975 감독: 밀로스 포먼 출연: 잭 니콜슨, 루이즈 플레처 가끔은 이런 것들에 놀란다. 잭 니콜슨이란 사람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연기를 해왔다는 사실 같은 것.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것을 보고 울지 않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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