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34)
청춘
01. 캇툰의 데뷔곡이 될 를 듣고 있다. 들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쟈니스들 노래 치곤 꽤나 좋다. 기대보다 노래가 좋아서 다행이다. 데뷔 앨범에 몇 곡이나 들어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같은 느낌의 진 솔로곡이 한 곡 있었으면 좋겠다. 멤버가 자그마치 여섯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의 노래가 가장 뛰어나니까. 그러니까 한 곡 정도는 어떻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음, 그래도 역시 무리인 걸까. 02. 다른 노래를 부르는 나카시마 미카의 목소리는 를 부를 때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실망같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조금 허전한 기분이다. 03. , 보다 재미있다. 이 사람의 책은 책장이 빨리 빨리 넘어간다. 04. 다운받는 속도가 늦어지는 바람에 결국 을 다 보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겠거니, 해도..
01. 스페인 태생의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진다. 스페인 역사에 관해 알고 싶어하고 스페인 남자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좀 더 스페인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물론 최근 들어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이 늘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02. 신청해두었던 김수영 전집이 드디어 도착했다. 손에 들면 장중한 무게감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포만감을 안겨준다. 겉장을 넘겨보니 작은 글씨들이 빽빽하게 지면을 채우고 있다. 아하- 웃고 싶어지는 기분. 오랜만이다. 책을 보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내가 독파하고 싶어진 책. 03. 후두두둑-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에는 걸음이 빨라진다. 뛰다시피 들어간 극장에서는 몇 년 사이 내가 가장 심..
어떤 것은 내 자유의지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야. 어떤 것은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일이야. 때로는 타인의 의지에 의해 이끌려가기도 하는 거야. 그렇게 삶이, 이 방향과 저 방향에서, 다시 또 새로운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어. 내가 앉아있는 곳은 그 삼각형의 무게중심이 맞는 걸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어. 이 의심이 솟아난 이상, 난 또 아마 모든 것을 다시 고민하게 될 거야. 내가 있는 시간에서 거짓말처럼 없어져버린 너에 대해서도 생각하겠지. 너를 좋아하는 이유나 너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싫어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하게 될 거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행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묻겠지. ..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몰라, 나는 자리에 앉았어. 그 말이 생각났지. 마지막 말인 것 같았어. 난 세상에 그보다 더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 말이 있을까, 생각했지. 난 그렇게까지 아픈 말이 마지막이 되지 않아도 좋았을 거라 생각했어. 때로는 내가 이렇게 웃고 있는 게 너무나 미안했지. 내가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을까, 궁금해졌어. 하지만 이런 것에 죄책감을 가지는 내가 싫었어. 정말로 아무렇지 않니? 사는 건 그때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니?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어. 그리고 그렇게 끝이었지. 생각보다 사는 건 너무 쉬웠지. 도망가고 싶었다고, 그래 나는 그랬어. 내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간에서,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시점이 있다. 그것은 자포자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되어버린다 해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을 싫어하고 무서워하고 꺼림칙해 하지만,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상은 그 마음에서도 도망갈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그 시점에 서, 있는, 중이다. 최선을 다해서, 그 우울하고 어두웠던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괴로워하지 않고, 쉽게 즐거워하며, 자주 웃고, 휴식과 여유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대신 다른 것을 잃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되돌아보는 일은 ..
01. C는 나와 참 다른 사람이다. 나는 C가 하는 대부분의 말을 조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기해한다. 그런데도 내가 종종 C의 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C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고 다정하지도 않지만 종종, 가만히 앉아서 C의 말을 떠올리는 것이다. 02. 나카시마 미카가 glamorous sky를 부를 때, 문득 심장이 철렁한다. 나는 성급하게 머리 속에 떠오른 그 이미지를 잡아챈다. 5초쯤 주의를 기울이면 그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얼굴은 C의 존재처럼, 이상하고 의문을 가지게 하는 상태로 내 머리 속에 살아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 얼굴에게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 때면, 이상한 굴욕감에 빠지게 된다. 내가 열 여섯이나 스물 한 살이었다면 분명..
01. 우선 순위를 생각하라, 고 내게 말했어. 2위나 3위는 모르지만 그래도 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지. 그런데 왜 순위를 알 수 없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냐고 물었어. 나는 아직 시기상조라거나,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거나, 이 일들도 꽤 재미있게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사실은 무섭거나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 결국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게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야. 02. 내가 쳐다만 보아도 너는 고개를 끄덕일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어리석은 확신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었어. 누군가는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나는 이렇게 희미하게 사그라들고 작아져서 없어지는 것들을 그냥 바..
아무렇지 않고 싶었어. 흔한 열정이 유일한 것인 양 목을 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나는 어느 새 믿음을 잃어버린 내 마음을 보았어. 내가 당신을 믿었던가? 내가 당신들을 믿었던가? 이상한 일이지. 당신들은 늘 나를 이렇게 실망시키고 슬프게 하는데도 나는 믿음을 잃어버린 내 마음이 미안했어. 미안해서 울고 싶었어. 라울은 달리고 있었지. 긴 부상 끝에 라울은 드디어 그 자리에 돌아와 있었어. 아무렇게나 자라버린 까만 머리카락은 더 이상 라울 곤잘레스를 소년으로 보이지 않게끔 만들었지. 나는 좁은 그 어깨가, 수척한 그 얼굴이, 근심이 드리워진 그 검은 속눈썹이, 너무나 초라해 보여서 속이 상했어. 패배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었거든. 절대로 멈춰서는 법이 없던 라울 곤잘레스도, 패배에 가..
특별히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를 만나겠다고 누군가 연락을 해온 것도 아니다. 그냥, 그냥, 이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그냥, 그냥, 이 도시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축구는 정체성이라 했던가. 팀에 대한 애정은, 나로 하여금 살아오면서 나와 어떠한 인연도 맺어본 적 없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내 팀의 경기가 쉬는 동안 그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이 도시에 발 디디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냥, 그냥, 이 도시를 봐야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나는 이 도시를 잘 모르고, 그저 한 달에 두 세번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가 떠나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이것은 분명히 이 도시를 내가 환상화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이 도시에서 시간은 늘 특별하게 흘러..
01. 늘 웃으면서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지겹다. 사실은 슬프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구는 것도 지겹다. 상대방의 마음이 상할까봐, 그런 말을 해서 내가 미움 받을까봐,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관계인데 그 관계가 혹 틀어지게 될까봐, 그리하여 내가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기라도 할까봐, 할 말을 빙빙빙 둘러하고 최소한의 예의라는 이름으로 넌지시 본론을 꺼내다 마는 것. 내가 하고 있는,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지겹다. 나는 솔직하게 내게 말을 하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내가 이야기해도 나를 오해하지 않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02. 그렇지, 그녀. 그녀는 사라졌지. 노래가사처럼 그녀는 사라졌어. 그녀를 본 사람은 이제 정말 없는 걸까.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디로 간..
키프로스는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라고 한다. 수도는 니코시아이고 그리스어와 터키어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 그러니까 현재 그 나라는 오후 7시다. 김은중은 그 섬나라에서 현재 오후 7시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김은중이 무척 보고 싶어서 키프로스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본다. 국가도 들어보고 사진도 찾아본다. 그 나라에는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의 섬도 있다하고, 그 나라는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배경이 된 나라라고도 한다. 공기는 맑을지 궁금하다. 물은 깨끗할지 궁금하다. 음식은 맛이 있을지, 날씨는 포근할지, 잔디는 잘 정리가 되어있을지도 궁금하고 사람들은 친절할지도 궁금하다. 그 곳에서, 김은중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종종 이 마음이 너무나 유치해서 웃음이 날 ..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진부하단 생각이 들어서 관둔다. 옷을 갈아입으려다 멈추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의자를 사니 좋다. 바닥에 주저앉는 것은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드는 일이다. 돌아보니 금세 책상 위가 지저분해져 있다. 휘적휘적 치워버리면 그만인데 괜스레 성가셔서 그것도 관둔다.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는 빗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꽤 따뜻한 날이다. 맨다리를 감아도는 공기도 그다지 차갑지 않다. 이런 기분을 말한 것일까. 언젠가 자신은 자주 이유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던 그 여자의 말 말이다. 난 그 때 그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행복을 꿈꿔본 적도, 행복하단 기분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쩐지 이렇게 지저분한 책상 앞에 앉아서 등 뒤에서 울리는 빗소리를 듣..
01. 여유로운 하루가 갔다.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도 있을까, 생각한 하루가 갔다. 하루가 이렇게 긴 시간이었던가, 새삼스러웠던 하루가 갔다. 나는 이 하룻동안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TV를 보고 씻고 청소를 했다. 하루를 쉬기로 한 덕분에 꽤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하루가 갔다. 02. 모르는 소리 말아, 라고 자주 말하고 싶었다. 관계에 대한 환상은 없어진 지 오래이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네가 내 옆에 올 수 없다 해도 말이다. 마음이 너무 세세하게 만들어져 있는 탓이라고 해두자. 너무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물기가 스며들 틈이 많다고. 나도 나의 이런 점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이보다 더 대담하고 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과 말은 좀 더 ..
난 때로, 사람들은 정말로 괜찮은 걸까- 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말 사는 일이 그냥 그렇게 괜찮은 걸까- 라고 말이다. 죽고 싶지 않지만 사는 것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인 걸까. 이렇게 나 자신이 신처럼 위대하게 느껴지거나, 또 때로 나 자신이 벌레처럼 징그럽게 느껴지는 것도 나뿐인 걸까. 검은 머리를 푼 귀신이 곁에 앉아있는 듯 하거나, 형체 없는 목소리가 귓속말을 해오는 듯 하지는 않는 걸까. 검은 강물 아래로 시체가 되어 떠다니고 싶지는 않을까.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을까. 좋아하는 남자의 뺨을 때리고 싶고, 모르는 남자에게 키스하고 싶지는 않은 걸까. 까마귀의 울음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까. 탁자 위에 놓인 ..
01. 그러니까, 드디어 캇툰의 데뷔가 결정되었다. 결성된 지 무려 5년 만의 일. 숙성도 되다되다 이러다가는 흐물흐물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하였건만, 드디어 데뷔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CD발매에 맞춰 바로 DVD발매, 전국 투어 콘써트에 진과 카메는 드라마까지 맡았으니 이래저래 잘 된 일. 귀여운 녀석들, 무럭무럭 저라서 스맙 못지 않은 아이돌이 되거라. 02. 아네고에 이어 노부타도 이틀만에 종료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교복입은 쪽은 데미지가 큰 편인데 이러다간 슈지와 아키라의 꿈을 꾸며 잠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03. 여하튼 깨달은 점은 카메 녀석 확실히 매력적인 데가 있다는 것. 하긴 백만장이 그냥 나갔을 리야 없지마는. 문제는 카메야 당연 수용 가능 하지만 일단 삐는 위험경보라는 것이..
01. 내가 잘 살거라는 믿음. 내가 부유할 수 있다는 기대. 내가 많이 웃을 거라는 확신. 좋은 남자를 만나고, 마음에 드는 집을 사고, 엄마에게 효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런 것들이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그런 것들이 내게 사소한 기쁨은 될 수 있어도 나를 절대로 행복하게 하거나 나 자신에게 만족하도록 만들지는 못한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재미있는 얘기를 잘 하고, 총명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 다 소용없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내가 생에 바라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단 한 가지인지도 모르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이렇게 절망하고 슬퍼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02. 원하지 않는 삶이 눈 앞에 놓여있어. ..
사람과 사람은 제각각 떨어져 혼자 서있는 쪽이 가장 아름답다. 이런 내 생각은, 우리 가족이 서로 떨어져 지내는 쪽에서 더 바람직함을 느끼는 내 기억에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단순하게 나의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결론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어떤 집단이라거나, 단체, 뭉쳐서 하나인 양 어울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상한 거부감이 생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나 기회와는 무관하게, 나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명절이란 것이 일년에 몇 번 볼까말까한 친척들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곤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즐겁다거나 행복하기보다는 불편하고 불안할 바에야 그것에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내가 내 가족임을 확신하고 받아들이고 하여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
꿈에서 S를 보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은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있던 때였다. 이미 정오도 지나 있었고, 내가 잠자리에서 벗어난 지는 여러 시간이 지난 후였다. 나는 무릎 위에 펼쳐둔 책에서 그다지 인상 깊을 것도 없는 문장을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지난밤 꿈에 S가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사실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잠깐 당혹스러움을 느꼈고, 그런 나 자신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내가 S의 꿈을 꾼 것은 여러번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몇 달에 한번쯤은 겪은 일이고 그러니까 그 몇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꽤나 여러번 꿈 속에서 S를 마주친 것이다. 꿈 속에서 S는 놀랍게도 늘 나의 헤어진 연인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나를 외면하거나, 내게서 도망가거나, 나에게 다..
01. 문제는, 사람이 곁에 있다고 해서 덜 외로울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사람이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02. 누군가의 사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것 뿐이다. 운명의 본모습은 원래 그렇게 사소한 것이다. 너도 내게 운명처럼 왔지만, 헤어지고 떠나고 잊혀질 때는 그토록 사소했던 것처럼 말이다. 03. 쿨한 척 하고 있지만, 사실 난 못 말리는 낭만주의자기 때문에 이런 사실들을 슬퍼했던 것 뿐이다. 04.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 듣는 네가 마음대로 나를 생각하거나 그리워하거나 걱정하거나 동정하지 않도록 말이다.
01. 말의 기교, 와 진실이 빠진 웃음. 사람을 다루는 재주, 와 사람을 훑어보는 시선. 나는 그 얼굴과 말과 웃음과 특성이 비단 그 여자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여자가 특별히 나쁘거나 저급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내가 아는 많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나는 그런 것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굳는 것을 느낀다.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 판단 하에, 나의 기준에서, 절대로 그런 멍청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02. 네가 옆에 있어도, 난 절대 행복에 겨워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것은 나에게나 너에게나, 참 못할 일이란 생각도 떠오른다. 03. 솜사탕을 베어물 때 입술로 묻어나던 단맛의 설탕가루. 아이의 웃음은 그 때의 그 맛이다. 손을 잡고 어깨를 잡고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