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34)
청춘
난 가끔, 한 번 울음이 터지면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지긋지긋해질 때까지, 눈이 새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울어버린다. 그런 나를 누군가 달래려고 들면 겨우 잦아든 울음이 또 다시 터져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달랠 수조차 없다. 겨우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리다가도 다시 울컥 하고 억울해져, 나 스스로도 어쩌면 눈물이 이렇게 쉴 새 없이 흐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난 별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다지 자주 우는 편도 아니지만, 어쨌든 확실히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다. 그렇게 한 번 울고 나면 어찌나 진을 뺀 것인지 허기가 진다. 하지만 절대 입맛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허한 속을 하고, 퉁퉁 부은 눈을 하고 그냥 앉거나 누워서 생각을 한다. 어릴..
때로 나는 이렇게, 부당하고 무자비하며 어처구니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정말로 이 마음이 잘못이란 말일까.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다. 그러므로 나,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입니다. 최근 본 영화는 와 군요. 최근 자주 듣고 있는 노래는 입니다. 개인적으로 진군의 솔로곡, care가 좋아요. 요즘 하는 고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입니다. 요즘 보고 싶은 사람은 내 첫째 조카와 김은중. 요즘 빠져있는 것은 의 진군이군요. 그렇게 된 지 꽤 되었지만, 어쨌든 요즘은 만화책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대신 최근에는 진군이 나오는 드라마를 꽤 챙겨보았네요. 요즘 하고 싶은 것은 한가하게 집에 누워 못 읽고 놓아둔 책을 다 읽는 것, 김은중이 뛰는 걸 보러 가는 것,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으로 여행가는 것, 여유롭고 진실되게 내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 정도입니다. 요즘 사고 싶은 것은 멋지고 우아한 침대와, 하얀..
비 냄새가 난다. 열어둔 창틈으로 도도, 도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코끝을 찌르는 비린 비냄새. 나는 아직도 추억하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이렇게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를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속에 녹아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살게 될까봐 겁이 난다. 난 부유하고 행복한 아낙네의 얼굴은 하고 싶지 않다. 지혜롭고 온화한 어머니의 얼굴도 가지고 싶지 않다. 난 평생을 화를 내며 슬퍼하고 절망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이 삶을 살아낼 자신이 있다. 다만, 아무렇지 않은 채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고 비관하는 것만큼이나, 삶에 적응하며 그럭저럭 익숙해져버리는 것도 나쁘다고 판단한다. 어느 저녁엔, 낯선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 저녁은 추웠거나 매우 더웠고 나는 아주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돌아가면 발소리를 죽인 채 조용조용 내 방으로 들어섰고 안락함이라고는 흔적도 찾..
마음은 이곳저곳을 떠돌고. 평생 꿈만 꾸다가 내 마음을 붙잡지도 못하고. 이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나는 꿈도 잃고 너도 잃고 나도 잃을 것 같아. 너는 그렇게 언제까지나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나는 그런 너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우리는 이렇게 늘 그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할 것 같아. 괜찮을 거라는 말. 괜찮을 거라는 다짐. 그 목소리 앞에서 주먹을 쥐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곧 마음은 녹고 눈물은 따뜻해질까. 졸음은 달아나고 나는 웃을 수 있게 될까. 서러워지지 말자. 어두운 골목길을 또각또각 밟아 오르면 하는 기도. 지금 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은 회색 눈송이. 고개를 들면 추억할 수도 없게 희미해져버린 기억들. 깜깜한 어둠에서 손을 내밀면 당신은 그냥 웃겠지. 엄마. 엄..
나는 근본적으로 허영심이 많은 편이다. 어떠한 부분에서든 그런 편이라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지적 허영심이 가장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나를 깨달은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을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나는 지금도 지적 허영심에 가득차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최소한 그 허영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지성이 뽐내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적어도 나의 것은 그러하다고 믿는 것이 이런저런 일에 관한 내 여러가지 신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좋은 옷이나 악세사리를 가지고 싶은 것도 어쩌면 허영심의 일종일지 모른다. 물론 나는 비교적 물욕이 없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런 것에 마음이 휩쓸리고는 하여 최근에는 이런 내가 '싫..
01. 영화도 좀 더 많이 보고 책도 좀 더 많이 읽자고 생각했건만. 어쩐지 요즘 영화도 시들하고 책도 그저그렇고 축구도 그다지 재미없다. 지금의 나에게 재미있는 건, 그저 진 정도인 건지도. 02. 그러니까 말이다. 창피할까봐, 상처받을까봐, 슬프게 될까봐 무서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무서워서 도망치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끝까지 비겁하게 구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03. 확실히 최근 들어 다운다운다운, 의 추세이다. 무언가 진지하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가 난 채로 움직이기 시작해서야 늘 후회를 하기 마련이니까. 여기서 폭발하지 않게 토닥토닥 잘 다독여서 부디 무리없이 꽃피는 봄을 맞을 수 있도록 하자. 04. 여기서 울면 안 된다. 자꾸 내가 더더..
어째야 한다거나, 이러해야 한다거나. 왜 나란 사람이 어떻고 어떠하고 뭐 그런 일정한 성질의 단어들로 규정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누구나 시시각각 다른 기분이나 특성들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더욱이 그 중의 무엇이 내 진심인지 예측조차 못하는 입장에서라면, 감히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다. 어설픈 행동이나 말 따위가 대체 무슨 힘이 될 수 있다고. 결국 마음만 더 참담해져버린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나를 존중해야 하는 시간. 이 생각의 시간이 끝나기 전에 너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침묵해야 한다. 고통스러워하며 쫓아가서 얻는 것은 어차피 행복히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자꾸 기대고 싶어해. 의지하고 싶어하고 어리광을 부리려고 해. 그런데 그럴 수 없어서 자꾸 화를 내게 되는 거야.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너에게 자꾸 기대고 싶어하는 나한테 너무 화가 나서 이러는 거야. 가끔씩 느껴. 사는 것은 정말로, 혼자서 해나가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야.
역시, 행복은 무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지난 해의 마지막 저녁, 가평으로 놀러갔다가 펜션 마당에 매여있던 그네를 탔다. 두터운 옷을 걸치고 목도리와 장갑을 둘둘 말고 다녀도 추웠을 저녁. 나는 청반바지 밑으로 맨다리를 내어놓고 두 손도 맨손으로 방치해둔 채 그네 위에 앉았다. 도움닫기를 하듯 그네를 탄 채 한껏 뒤로 물러섰다가 휙 하고 바닥을 차며 앞으로 나아가자 내 몸이 살랑 공중으로 떠올랐다. 휘익 공기를 가르며 움직이면 스물스물 곁으로 기어오던 한기가 쫙- 하고 내 온몸으로 들러붙는 듯 했다. 그리하여 나는 놀란 어깨를 움찔했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고개를 들자 반짝- 하는 별들이 총총총 머리 위에 떠있었다. 문득 그 때 네 옆에 누워서 봤던 별도 저렇게 반짝- 하고 빛이 났단 생각이 들었다. 휘익 ..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참 많이 곪아서 상처도 많이 났고 부패한 곳도 많다. 나는 나대로 언제든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햇볕에 내놓는 나 역시 좋을 것이다. 조금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조금 더 타인에게 친절하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조금 더 진실되고 조금 더 곧고 바른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영화를 좀 더 많이 보아야겠다. 생각을 좀 더 깊게 하고 말을 좀 더 아껴야겠다. 마음은 열되 내 마음을 과장하지는 말아야겠다.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되 너무 쉽게 흔들리지는 말아야겠다. 나의 바른 기준을 가지되 타인의 소리로부터 귀를 닫진 않아야겠다. 당당하되 오만하지 않으며, 겸손하..
내가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기도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망상과 게으름, 좌절과 우울로 점철된 한 해를 보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날짜 하루 더 간 것이 무어 그리 놀라운 일이라 나란 사람의 일상이 변화할 수 있겠냐마는. 이번에는 믿고 싶다. 다른 어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육신의 편안함보다도 내 사색의 깊이와 정신의 고요함을 얻을 수 있기를, 그로 하여 내가 가야할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를. 어울리지 않았던 자학과 냉소에는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