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34)
청춘
사람들은 왜 사람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까? 사람들은 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까?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기가 힘들어.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하고, 이렇게 깨달으면서도, 이렇게 여전히 달라지지 못할까. 이제는 나를 좋아하면서 지내기도 너무 힘들어. 검은 강물 안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 넘실대는, 검은 강물을 내려다봐봐. 진주처럼 곱고 고와서, 자꾸만 눈물이 나지. 오늘은 이슬람의 여자들처럼 히잡을 두르고 있고 싶었어. 내 얼굴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거야. 창피해서,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나에게 Y가 말했지. 왜 그래요. 왜 화가 났어? 하지만 난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어. 부끄럽다고, 어떻게 말해. 지금 당신이 내 얼굴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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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커피 드세요?" "네, 가끔. 힘들 때만요." "왜 힘드세요?" "아, 육체적으로 힘들 때. 몸이 힘들 때요." 02. 생각해보니, 마음이 조금 그렇다. 그 와중에도 웃어준 것에, 결국은 고마워진다. 내가 봐도 참, 바보같은 마음이다.
01. "골을 못 넣었으면 못한 거죠." "어떻게 매번 골을 넣어요." "네?" "어떻게 매번 골을 넣냐구요." 02. 활짝- 웃어주지도 않고, 다정하게 이야기해주지도 않고, 대전에게 이기지 못한 것을 억울하게 여기기나 하지만. 달리고,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싸우고, 화를 내고, 움직이고, 넘어지는, 그런 김은중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김은중을 보다가 다시 알아버린다. 나는, 김은중이, 정말 좋다. 03. 피곤하고, 많이 졸린 하루다. 자야겠다. 그리고 인간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꿈을 꾸어야지.
01. 이 기분을 뭐라고 할까. 진심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원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너는, 이런 것,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겠지만. 02. 프리지아, 를 선물받았어- 라고 말했지. 생각이 났어. 그 때 그 술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손에는 노란색 프리지아가 들려있었다는 것. 지하철 역으로 향하면서 내가 멀리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제는 고통스럽지 않아. 생생하던 고통은 희미해지고 줄어들고 약해졌지. 그래서 난 기억은 하면서 살기로 한 거야. 고통스럽지 않으니까, 그리워해도 돼. 울지 않을 거니까, 그리움 같은 것은 괜찮아. 03. 난 뛰어나다거나 잘 하고 있다는 말 같은 것을 듣고 싶진 않았어. 난, 다른 말을 원했지만 늘 원하는 말이 아..
01. 엄마가 다녀갔다. 그런데도 별로 해줄 게 없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운 엄마가, 입었던 옷을 벗어서 내게로 쓱- 던져놓으며 말했다. "좀 개라. 예전에 내가 많이 개줬잖아." 나는 빨래를 보기 좋게 개는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싫어하고, 내 것이 아니면 개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게 툭 던져지는 티셔츠에 짜증을 좀 내려다가, 뒤이은 엄마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못했다. 하긴, 예전에 엄마가 많이 해줬지. 지겹도록 참 많이도 해줬지. 그런 생각을 하면 애를 넷 키운 엄마가 무슨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좀 진저리처지기도 하고. 02. 나는 엄마를 좋아했다. 그냥 나와 다른 하나의 인간으로 보면 뭐 그리 좋을 데가 있겠냐마는, 그냥 내 엄마라는 존재는..
01. 버려도 될 것과 버리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하기. 이 폴더와 저 폴더를 분류하기. 사는 건 결국 나누고 나누는 것의 연속인 걸까.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분해서, 다르게 대하기. 02. 착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절해야 할 것이 있는데 못하는 사람. 그러면서 결국 거절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 그래서 결국 처음부터 나를 거절하려 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런 최악을 만드는 사람. 흔히 사람들이 착하다거나 마음이 여리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 라고 말해두는 쪽이 좋아. 좀 드세고 날카로우면 어때. 그런 사람이 나에게 친절한 것이 훨씬 더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 03. 축구, 가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다루어지..
01. 두통이 시작되는가, 했다. 카페인이 부족했던 탓이라 생각하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셔보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내내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두통이 사라진 건 퇴근길에서였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대가 어중간한 것.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업무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량을 다 끝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특별하게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남의 돈을 받아먹고 사는 일이 어디에선들 쉬울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꽤 일을 잘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이런 나를 꽤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데도, 조금씩 못견딜 것 같아진다.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도리가..
이대역 습관처럼 신촌역에서 내려버린다. 어느 역이냐는 반문을 듣고서야 내가 미처 약속 장소를 확인하지 않았음이 생각난다. 좀 짜증도 나고, 내 버릇은 여전하구나- 싶어서 웃음도 난다. 터덜터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 이대역으로 향하니,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그 역에는 어쩐지 매우 기분 나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곳에서 치마를 펄럭이며 지도를 보고 서있는 여자는 불운을 암시하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식. 최근 들어 이대역은 내게 그런 식으로 기분 나쁜 공간이 되어 있다. 말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나 말투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쉽게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모자란 내 청력 탓이라 생각한 적도 있고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못하는 내 집중력의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있..
01. 나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짜 자존심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다. 타인을 비웃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고 나를 타이르지만, 그것도 내게는 너무 어렵다. 나 하나를 내 의지대로 살게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더욱 나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부족하거나 무지한 것은 답답하고 싫어도 참을 수 있다. 채워나가면 되고 배워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오만하고 관대하지 못하며 허영심에 들떠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참을 수가 없어진다. 이런 습성들은 내가 싫어하는데도 내게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흔들리지 않고 옅어지지 않는, 굳어버린 나의 기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싫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타인을 함부로 느끼는 것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
아주 조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중요한 사람은 지키면서 살고 싶었어. 가진 것 없고 그래서 보여줄 게 없고 사는 데 득이 되거나 힘이 되는 게 부족해도 그런 것으로 낙담하지 말자. 그런 것 말고, 내가 세상을 제대로 볼 힘이 있는가 하는 것. 내가 조금 덜 이기적이고 조금 더 품이 넓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도록 하자. 내가 나를 경멸하거나 혐오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진 않아. 조금 더 힘내자. 최소한 나에게만은, 조금쯤 좋은 사람이라 인정받기로 하는 거야.
01. 마음 같은 것 아프지 말자. 그런 것 까지는 하지 말도록 하자. 02.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덕분에 생각이 정지됐지.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내내 생각을 했어. 방법이 있어? 있을까? 어떡하는 게 현명한 거지? 자신은 있어? 억울하진 않니? 그러다 또 화가 나서 울고 싶었지. 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가면 죽을 것 같았어. 목숨보다 더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자신의 일상인 거잖아. 나는 내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 이번에도 그냥 숨어버리는 게 다일까? 하지만 과연 이번엔, 숨을 곳이 있기는 한 걸까? 피가 나빠. 그래,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 03. 진과 우에다와, 카메와 준노와, 윳치와 코키가 데뷔를 했고 그래서 굉장히 축하해주고..
왜, 라니. 왜, 그런 말 따위 어째서 하는 거야. 왜. 나라고 해서 이유를 알 리 없어. 이게 다 내 탓은 아니잖아. 나는 외롭다고 울지도 않았고, 진실을 원한다고 기도도 안 했어. 그냥 존재가 느껴지지도 않게, 조용히 있고 싶었던 거야. 그래, 다 거짓말이라고 하자. 내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쳐. 이 말이 진실이라 생각하고 내뱉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정말 난 무서운 거라고.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겁이 나는 게 많은 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닌데도,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나에게 내 탓이라고 하지 말고 부디 나에게 이 마음을 추스리라고도 하지마. 정말 이렇게 이유도 없이, 머리를 처박고 울고 싶다니. 구제불능 조울증이야. 뭐가 다 이따위람.
01. 사람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농담을 하고, 듣고, 웃고,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구 웃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출출하지도 않았는데 식사를 하고, 두어잔일 뿐이지만 맥주를 마시고, 눈 앞에 보이는 대로 안주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을 만큼- 그 만큼 웃었구나, 라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유쾌해졌다. 사람은 섬이 아니라고. 그래, 그 말은 누구에게나 이런 관계맺음 정도는 필요하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02. 요즘은 마음이 시들시들하다, 라고 자주 느낀다. 꼭 특정한 대상을 향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대부분의 대상을 향해서 그렇다. 지난 몇 달 손을 놓고 있었던 나의 옛 싸이를 돌아보다가, 내가 올..
01. "시들시들해." "뭐가?" "그냥, 마음이. 꽃이 지는 것처럼, 그래." "네 마음이 진다는 말이야?" "응. 가장 좋았던 시기는 끝난 것처럼." "그럼, 네 마음도 없어져?" "아직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되겠지. 꽃도 피었다가 지잖아. 마음도 그래." "사람 마음이 어떻게 꽃하고 같아?" "꼭 다르라는 법도 없잖아." "그럼 언제 다시 피는데?" "그건 나도 몰라." "다시 피기는 해?" "다시 피겠지. 그치만 다시 핀 꽃이 졌던 그 꽃하고 같은 꽃은 아니잖아." "무슨 말이야?" "그 때 내 마음이 좋아하는 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거라고." 02. 때로는 이 마음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죄처럼 느껴져. 속죄하기 위하여, 그냥 이렇게 있는 거야. 03. 글쎄, 나도 사람일까? 나도 사람인 ..
바빠. 너무나 바빠. 왜 이렇게 바쁘냐면 난 할 일이 많기 때문이야. 일주일에 51시간을 일하고 있고 오며가며 지하철과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14시간. 아침엔 출근 준비, 들어오면 씻고 청소하고 잘 준비를 하는 데 드는 시간이 일주일에 17시간이나 되지만 난 그 외에도 해야할 게 너무 많지. 매일매일 일을 해도 업무량은 매일매일 늘어나기만 해서 자체 연장 근무는 불가피해.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었으므로 주말에 연장근무를 계속 하기란 더이상 불가능하지. 나의 홈팀은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두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서 난 매번 일주일 중 유일한 휴일을 축구에 꼬박 가져다 바쳐야 해. 데뷔를 눈 앞에 둔 진과 등등의 녀석들도 챙겨봐줘야 하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게다가 본 영..
01. 내가 원하는 것이 너의 사랑인지 너의 이해인지 잘 모르겠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 뿐 아니라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들에마저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가장 알 수 없고 믿기 어려운 존재는 사실 나였다.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고, 신뢰할 수도 없으며,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도록 도와줄 수도 없다. 너무 어렵다. 나를 달래서 그럭저럭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 02. 진실은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러니까 내가 믿고 싶은 쪽을 믿으면 되는 거니까.
누군가, 어느 순간 갑작스레, 내 곁에서 사라진다. 조금씩 멀어진다거나, 차차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서 사라지고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예고도 하지 않고, 예감도 주지 않고, 인사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 않는다. 올 시간이 넘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끝이다. 내 곁에 없다. 사라졌다. 마치 시간의 발자국에 묻히듯. 우리의 한숨소리에 지워지듯. 내가 상실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문득 다시 깨닫는다. 작별 인사라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내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눈물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가 없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데. 나를 보면 싱긋 웃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은 끝..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 혐오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거울을 노려보기. 젠장, 난 왜 고작 이따위로 생겨먹은 거야.
01. 꿈속에서도 아이는, 어쩌면 그렇게 실제의 아이와 똑같은 것인지. 나에게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결국 아이를 등에 업고, 추위에 아이가 방치될까봐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때로는 아이에게 소리를 치는 제 엄마를 바라보면, 아이가 너무나 예쁘다고 말하는 제 엄마를 보고 있으면, 나는 저 아이가 마치 자기의 것인 양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사람이 부럽고도 미웠다. 나는 아이의 검고 동그랗고 큰 눈동자 때문에, 내가 그 아이를 나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 나는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싶었고 그래, 또 나는 아이의 연인이 되고 싶었다. 02. 시간이 없다는 핑계. 오늘은 아니라는 핑계. 두고볼 것이다. 그 핑계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써먹을 것인지를.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