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10.01 ~ 2010.12 (126)
청춘
가끔씩,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관계와 의무 속에서 허덕이다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내게도 올까봐 나는, 무섭다. 다들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현 가능한 것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래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 같아서, 나는 무섭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과 조용한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생각에 잠기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한데 이런 시간들 속에서 외롭다고 생각하고 그 외로움 때문에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서 이러한 시간들을 빼앗아가면, 내가 살 수 있을까? 늘 누군가가 내 곁에 있고, 내 공간과 내 시간이 누군가에 의해 공유된다..
나는 이해받지 못하여 슬프고, 앞으로 울게 될 것이며, 결국 실수하게 될 것이다. 그게 네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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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워졌고, 그래서 나는 온몸이 저릴 만큼 추위에 떨었는데, 믿거나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고, 그래서 자꾸 두 눈을 감았는데, 결국 원하던 것은 가지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느낀 것은 고통 같은 것 뿐이었지. 내가 걱정해야 했던 것. 마치 마비된 것 같았던 오른쪽 다리. 그리고 늘, 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한 무릎. 아프지 말라던 그 수많은 기도는 대체 누가 들은 것일까? 이제 나는 슬프기보다도 조금 지겨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하루만에 날이 차가워졌다. 덕분에 나는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걷는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 감정이 실리지 않은 표정. 상상 속의 모스크바가 눈 앞에 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비 내리는 유럽을 만난다. 그리고 나는 여행에 지쳤으면서 계속해서 여행하길 바라고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그리워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새로운 거리와 새로운 풍경 앞에서 내가 수도 없이 생각했던 것. 조용한 성당 안에서 내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다짐했던 것. 그러니 삶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웃으면서 떠나자. 안녕, 모스크바.
여름이 간다. 계절이 바뀐다. 일주일 전만 해도 따뜻하던 도시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 수많은, 낯선, 여행지들 속에서 나에게 휴식을 주던 도시. 하늘은 여전히 색종이를 붙여놓은 것처럼 맑고, 골목 골목마다의 건물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워,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그립다. 슬프진 않지만, 나는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면 나는 또 이 도시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도시.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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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도의 영광을 품에 안은 채, 16세기에 시간이 멈춘 도시. 톨레도는 이토록, 아름답고 조용하다.
안달루시아에서는 아주 오래 해가 지지 않는다. 코르도바에서 세비야로 돌아오던 버스 안. 오후 9시 21분인데도 여전히 노을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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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 마음에는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사라지게 할 방법도 없다. 내 마음은 늘 전쟁 중이다. 평화로워지는 방법 같은 건, 도무지 모르겠다. 02.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 듣는 소식.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구나. 03. 유럽의 발코니. 그곳에 서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한 생각. 04. 론다에서는, 웃으면서 걷도록 하자.
어쩌면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 무엇도 간절하게 바란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품는다.
이유 없이 짜증이 치민다. 갑자기 사람이 싫어진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것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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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한테 그런 거 바라지 말아요.] [그럼 내가 뭘 바래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