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8월 20일, 네번째 계절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8월 20일, 네번째 계절

dancingufo 2005. 8. 21. 07:05

찬 바람이 불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여름은 이미 가버린 듯한 냄새였다. 설레여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다. 나란히 걸어가던 K에게 나는 마구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옛날 생각이 날 것 같애요. 왜, 겨울에 연애라도 했어요? 아니요, 그냥 겨울만 되면 옛생각이 나요.

K는 그런 내게 겨울을 타나보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한겨울에 태어났다고 말을 했다. 겨울이 되면, 매일매일 우울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마음 단단히 먹어요. 나 매일매일 울지도 몰라. K는 하하 소리를 내어 웃었다. 늘 웃음이 많은 K였다. 나도 하하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나도 늘, 웃음이 많았다.

바람에 묻어오는 냄새는 자꾸만 마음에 사무쳤다. 나는 늘 과거에 묻어있던 쓸쓸함마저 그리워했다. 마음이 언제나 현실에 살지 못한 탓이었다. 찬 바람을 맞고 골목을 걸어오르면 손가락 마디마디로 한기가 스며들었다. 외로워질 것 같았다. 오랜만에 떠올린 기분이었다. 외.로.워-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롭.다- 라는 걸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나는 따뜻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지독했던 서울의 추위가 생생한 기억으로 되살아났다. 나는 네번째 계절을 가장 좋아했다. 그렇지만- 그 계절이 되면 매일매일 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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