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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스탄불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거리에 개나 고양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터키쉬들이 유난히 애완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눈에 띄는 횟수로만 보아서는, 개보다는 고양이쪽이 조금 더 많은데 그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깨끗해서 도저히 주인 없는 길 고양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명히 누군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데, 아마도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르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달 여간 터키에서 생활을 해본 바로는, 그 고양이들은 대부분 누군가 기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터키 사람 전체가 함..
2013년 3월 26일. 오늘도 이스탄불엔 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니, 페네르바체 경기장에 갈 때면 늘 비가 오는 듯하다. 이스탄불에 온 이후, 한 번도 맑은 아시아 지역을 본 적이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페네르바체 경기장에 갈 때면 언제나 비가 내렸고, 그래서 막연하게 ‘이 팀은 나와 잘 맞지 않아.’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도 그곳에 가야 한다. 터키와 헝가리의 월드컵 지역 예선전이 페네르바체 홈구장인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Şükrü Saracoğlu Stadı)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이노누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해보지만. 페네르바체 홈구장 쪽이 시설이 더 좋은 듯하니 어쩔 수 없다. 7년 전 새로 보수를 했고, 그 때 확장 공사를 한 덕에..
2007년 3월 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개막전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잔뜩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비가 내림으로 해서 경기를 보는 데 따르는 불편은 커졌다. 우산을 접어든 채 버스를 타는 일은 개운치 않았고, 경기장에 들어선 후에는 비를 피하고 싶은 기분에 개막전의 설렘을 마음껏 누릴 수가 없었다. 사실 대전의 홈경기를 좋아하는 나는 빅 버드(big bird,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보다 좀 더 따뜻한 퍼플 아레나(purple arena,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의 공기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빅 버드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듯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봄이라는 말이 너무나 무색했다. 그리고 봄이 오지 않았으므로..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은 전기 리그에서 3위, 컵대회에서 4위라는 비교적 훌륭한 성적을 내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컵대회가 끝날 무렵 이관우의 이적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흔들었고, 후기 리그가 시작될 무렵에는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는 타격을 입었다. 전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배기종과 김용태가 후기 리그 때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 역시 대전 시티즌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대전 시티즌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2006 시즌을 쓸쓸하게 마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아픔이 이번 시즌에도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비록 이관우와 배기종이라는 두 스타 선수를 잃었지만 대전 시티즌을 지탱하고 있는 최은성, 주승진, 강정훈과 같은 노장 선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글=김민숙] 축구는 정체성입니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저도 축구팬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저는 이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고 또 옳은 명제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 말의 뜻을 완전하게 이해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저는 대전이란 팀이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습니다. 축구가 정체성이라면, 100% 확실하게 저의 정체성은 대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전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갈피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전 시티즌이란 이름 아래 달리고 있는 선수들인지, 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모임인 것인지, 구단 프런트도 그에 속하는 것인지, 계약이 종료되면 아무렇지 않게 떠나버리는 선수들이 과연 나의 정체성..
[글=김민숙] 월드컵은 많은 축구인과 축구팬에게 아주 크고 즐거운 축제입니다. 비록 응원하는 팀의 탈락이라든가, 좋아하는 선수의 부상이라든가 하는 것으로 속상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월드컵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아주 멋진 ‘축제’입니다. 그리고 축제라는 것은 보통 즐거움과 설렘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저는 월드컵이 가져오는 즐거움과 설렘의 뒤에서 때로는 아쉬움과 쓸쓸함도 느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것도 속상하긴 했지만 사실은 그보다도 더, 이 축제를 마지막으로 즐기고 있는 선수들의 존재가 마음을 흔들었던 탓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선수들은 나이를 먹습니다. 축구라는 것은 지능적인 플레이라든가 뛰어난 전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육체의 튼튼..
[글=김민숙] 어떤 스포츠에선 가장 빨리 달린 사람이 승리하고, 또 어떤 스포츠에선 가장 높이 뛰어오른 사람이 승리하고, 또 어떤 스포츠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킨 쪽이 승리합니다. 스포츠란 것은 저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승리를 차지하게 하는 부분도 다 다르죠. 그렇지만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 그것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적인 속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승리와 패배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경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그들을 응원한 또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들 쪽에 승리가 있기를 바라며 바로 자신들이 승자가 되길 원합니다. 사실 승리라는 ..
오프 시즌이 되면 그토록 좋아하는 내 팀의 경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을 조금씩 설레게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아마도 다음 시즌 우리 팀에 새롭게 들어올 선수의 존재일 것입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때면 어떤 선수가 어떤 팀으로 옮겨가고, 어떤 신인이 어느 팀으로 입단하는가 하는 문제들로 하여 여러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는 하죠. 누군가 새로이 내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소식은 팬들로 하여금 부풀어 오른 기대감이나 어느 정도의 의구심, 막연한 설렘 같은 것들을 품게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하는 첫 경기는 조금 더 흥분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길고 긴 오프 시즌 동안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대했던 선수들과의 첫 만남인 셈이니까요. 하지만 대전 시티즌을 좋아하고 있는 저로서는 ..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도 있죠. 즉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가능한 한 최대한 즐겁고 행복한 시작을 맞게 되길 바라죠. 그렇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모든 경기에서 그렇긴 하겠지만, 평소보다 좀 더 강하게) 개막전에서 승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그 시즌이 어쩐지 처음의 그 승리처럼 즐겁고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축구팬입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챔피언이란 이름 같은 것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팀, 이왕이면 대전과의 전적에서 뒤지는 팀, 이왕이면 올 시즌 전력이 조금은 약해진 팀, 그런 팀이 개막전의 상대가 되길 바라죠. 또 어떠 어떠한 팀은 제 마음 속에서 절대로 개막전에서 만..
[글=김민숙]처음 내가 ‘퍼플 아레나’를 찾았을 때, 그 이름들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걸 기억합니다. ‘장철우’나 ‘이창엽’과 같은 이름이 처음의 나에겐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내가 그 이름들에 익숙해져간 것은 아마 갓난아기가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걸음마에 익숙해지듯 한 경기, 한 경기를 거듭해 보며 내가 대전 시티즌에 익숙해지면서였을 것입니다. 나는 어느 순간 외지도 못했던 이름들을 기억하게 되고, 구별해내지도 못했던 얼굴들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죠. 난 오래전부터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어온 사람처럼 빠르게 대전 시티즌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팀의 팬이 된 이후로는 그 모든 이름들이 제각각 그렇게 특별..
http://www.sportalkorea.com/news/view_column.php?gisa_uniq=2013032605394052 그럭저럭 읽을 만한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이다지도 어려울까,
http://sportalkorea.sbs.co.kr/news/view_column.php?gisa_uniq=2013031910071352 이스탄불에서 축구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스탄불이 좋다.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657 어떤 글도,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언제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http://sportalkorea.sbs.co.kr/news/view_column.php?gisa_uniq=2013031210245052 어쨌든, 계속해서, 쓰고자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627 크리스마스 아침. 벌룬 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조식을 먹은 후 바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잠깐 뒹굴다가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누워 있자니 자연스레 잠이 왔다. 그러다 내가 먼저 깬 건지 J가 먼저 깬 건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어쨌든 우리는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늦지 않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이 오후, 우리는 카파도키아에서 할 마지막 투어인, 로즈 밸리 투어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은 별로 투어랄 것도 없다. 그냥 가이드와 함께 ‘로즈 밸리’라는 곳으로 선셋 포인트를 찾아가면 된다. 길을 잃거나 헤맬 위험만 없다면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은 투어이..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596 여행이라는 것은 종종 우연히 마주친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세상의 수많은 도시들 중, 어떤 특별한 도시에 가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 일은 그리 대단하거나 특별한 계기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번의 우연이나 그 우연이 가져다 준 하나의 이미지 같은 것이 우리를 낯선 곳으로 떠나게 한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식으로 새로운 도시들을 만나왔고, 카파도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카파도키아를 처음 만난 건, 누군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은 사진 한장에서였다. 그것은 갓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 위로 수많은 벌룬들이 떠오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저 벌룬을 타러 가..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558 아마도, 평생, 카파도키아에 다시 갈 일은 없겠지? 터키 여행, 일곱 번째 이야기. "카파도키아에는 혼자 가지 마세요."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499 나는 이스탄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곧, 이스탄불로 돌아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곳으로 돌아가도 눈 내리는 바자르를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눈 내리는 이스탄불에서의 하루. "눈 내리는 바자르, 그리고 트램 여행"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425 기억에 남는 것은, 대단한 풍경이나 놀라운 건물보다도 결국은 사람이다.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6386 간밤에는 이스탄불에 폭설이 내렸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올라가보니, 창 밖으로 눈 쌓인 블루 모스크와 아야소피아가 보였다. 갑자기 쏟아진 눈 때문에 어제 우리의 일정은 엉망이 되었지만, 눈 쌓인 이스탄불의 아침은 아름다웠다. 게다가 어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날씨가 계속해서 이런 상태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밤새 눈은 그쳐 있었고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갈매기도 다시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12월 21일, 나와 J는 오전 시간을 따로 보내기로 했다. J는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Saray)[i]에 가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 궁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