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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축구장에 가야겠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밤을 꼬박 새야 했다. 아침 6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 나는, 8시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오후 4시가 넘어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회사를 나서는데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져, 강변으로 가서 춘천행 버스를 타려던 나는 잠깐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졸리고 피곤했다. 비도 왔고, 같이 춘천으로 갈 사람도 없었다. 춘천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종합 운동장이니 시야가 좋을 리도 없었다. 그러니 그냥 집에 갈까? 집에 가서 편하게 씻고 앉아 문자 중계나 볼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축구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춘천까지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축구 때..
김은중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 잔뜩 비에 젖어서 고개를 숙인 모습. 어째서 그런 것들이 이렇게까지 마음 깊이 아플까. 내가 축구를 볼 때 감정 이입을 조금 덜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몇 만의 관중 속에서도 나만이 김은중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입 때문에 축구가 조금 괴롭다. 패배하는 김은중을 보는 것이 괴로워. 그럴 때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조차도 너무나 힘이 들지. 축구가 그냥 축구이기만 하면 좋았을 거야. 그렇다면 패배 같은 것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김은중의 축구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김은중은 내가 아는 축구의 전부지. 때로는 잊어버리고 외면하고 의심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겼어. 더 훌륭한 것, 더 위대한 것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