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dancingufo 2006. 2. 6. 02:02
 

나는 그 남자의 손에서 느껴졌던 온기나, 그 남자가 두 눈을 휘면서 웃던 모습이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같이 있고 싶던 마음도, 자주 보고싶어지던 마음도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나를 사랑하냐고 묻지 않았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남자를 사랑했다. 확인도, 확신도 필요없었다. 이유 따위는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만큼 확실한 사랑이었다 해도 위대하거나 고결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는 한때의 연애 상대에 그쳤다. 그 사랑을 특별한 것으로 승화하여, 괜히 내 사랑에 대해 젠체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이것이 사랑이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뭔가 사랑이 대단할 거라는 착각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그냥 무심히 왔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고 잊을만 하면 다시 오는 것이다. 이것이 우정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래 고민하지 않듯 사랑에 대해서도 그렇게 굴면 된다. 이 친구가 왜 나와 친구로 지내느냐에 대해 고민하지 않듯 이 남자가 왜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할까>는 무척 즐거웠고 참신했고 흥미진진했지만 <우리는 사랑일까>는 같은 패턴의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다소 하품이 났던 것도 사실이므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절대 재미없거나 판에 박혀있거나 진부한 것은 아니지만) 잠깐 이 작가의 글은 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