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마이클 커닝햄, 세월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마이클 커닝햄, 세월

dancingufo 2006. 2. 10. 03:42
 
삶이 인간에게 얼마나 흉폭하게 굴 수 있는지. 때로는 괴로움이 외부의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그저 내 마음 안에서만 생겨나고는 하지. 나는 그저 나 때문에 괴로운 거야. 내 마음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야.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이 생을 살아가게 하였으니, 신은 또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내가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난도, 외로움도, 육체의 아픔 때문도 아니야. 그저 이 마음 때문인 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희미하여 언뜻 봐서는 눈에 잘 들지 않는 정도라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재능이 아무렇지 않게 시간 속에서 닳아 없어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 이 곳에서 밥을 먹고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내가 그런데도 여전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그저 나 혼자서만 이러한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싶어 또 얼마나 외로운지 몰라.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또 얼마나 좌절하고 마는지 몰라.

나는 그래서 울지. 그녀들은 나를 이해해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울어. 이것은 유치하고 당황스러운 위로. 이 책은 그 영화 만큼이나 나를 다독여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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