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홀리데이 본문
극장을 나섰을 땐, 몸이 아팠다. 어깨와 팔이, 허리와 다리가 통증에 휩쌓여서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질상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을 두 눈 뜨고 보지 못하는 탓도, 예정된 비극 앞에서도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도 아니었다. 화면 속 육체들에 가해지는 고통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고, 훌쩍임을 넘어서 엉엉 울어대는 다른 이들의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몸이 아프다고 느꼈던 것은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난 얼마쯤 긴장하고 있었다. 그 긴장이 두 시간 동안 계속되면서 몸에 무리가 생겨버렸다. 개인의 타락이 순전히 사회의 탓이라고 말하는 태도는 나에게 충분히 비웃음을 살만했다. 그들이 가벼운 죄밖에 짓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사실이나, 악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악인의 모습이나, 지나치게 부각되어버린 그들간의 의리도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이 영화를 비웃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행복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나를 떠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로부터 특별한 감흥을 일으키는 이성재라는 배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가 너무나 많은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어줍짢은 의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런저러한 이유들로 이 영화를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그렇게 몸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