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규항, 나는 왜 불온한가 본문
오류에 빠진, 내 삶을 생각한다. 그런 계기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 반성을 거듭하며 사는 일이란 분명히 지치고 피곤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김규항의 글은,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친다. 나는 글을, 글쓴이와 동일시하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김규항, 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김규항의 글이 나에게 가르친 것을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되새겨 두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데 얼마쯤은 버팀목이 되고, 구원이 되고, 안내자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세 청년 中 -
[몸이 늙는 것은 숙명이지만 정신이 늙는 건 선택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조금씩 하루도 빠짐없이 신념과 용기와 꿈이 있던 자리를 회의와 비굴과 협잡으로 채워 갈 때, 그런 순수한 오염의 과정을 철이 들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거대하게 담합할 때, 여전히 신념과 용기와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늙은 청년들이 있다.]
- 가치관 中, 다큐멘터리 감독 김동원의 인터뷰에서 -
["무엇보다 가난해야 한다. 강요된 가난은 죄악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난은 바로 예수의 모습이다. 그것에 의심이 없다. 이젠 버리는 게 어렵지 않고 갖지 않는 게 편안한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버틸 수 있다고 믿고 웬만한 건 걱정을 안 한다. 아이들 과외도 못 시키지만 과외를 시키는 게 비정상인 거고 설사 아이들이 대학을 못 가고 가난한 기층 민중으로 살더라도 전혀 걔들한테 불행한 게 아니라고 믿는다. 도시 빈민이나 농민 노동자의 삶 속에는 지식인들이나 중산층들의 삶이 가질 수 없는 게 있다."
"당신에게 가난은 절제인가."
"편안한 거다. 그러나 무작정 편안한 게 아니라, 가난해야만 가난의 가치를 가질 때만 세상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나는 그걸 따라가는 거다. 가난은 이제 내 가치관이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 딸에게 보내는 편지 中 -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단이가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이 편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 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 입학 中 -
[나도 아비고 나도 학교를 다녔는데 김건이 나에게서 독립할 무렵까지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남 겪는 걸 제대로 겪지 않고는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없으니. 김건의 제도사회 진입을 아프게 축하한다.]
- 글과 음악 中 -
[좋은 글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며 좋은 음악은 가슴이 아프다.]
- 지적 갈증? 中 -
[늘 하는 말이지만 진리는 쉬우며 쉽지 않다면 진리가 아니다.]
- '상업적 매매춘'에 관한 유일한 진실 中 -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결혼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확보하는 일이 중산층의 상식이 되고, 결혼이라는 게 경제적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장기간의 독점적 성적 서비스(와 가사,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이 된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상업적 매매춘'이니 뭐니 경멸할 수 있는가? '상업적 매매춘'에 관한 유일한 진실은, 이미 우리는 모두 '상업적 매매춘'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어려운 말 中 -
["그런데 단이는 어려운 말 쓰는 건 다 나쁘다고 생각해?"
"응."
"왜 그렇지?"
"다른 사람이 못 알아들으니까."
"모든 책을 모든 사람이 읽으라고 쓰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글자를 아는 사람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생각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나는 이 고지식한 여성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도 아빠 글은 좀 쉬운 편이지?"
"잘 모르겠지만 아빠 글도 어려운 말 많지 않아?"
"그래 단이 말이 맞다. 아빠도 더 쉽게 쓰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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