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NANA 본문
01.
마츠다 류헤이, 를 만나러 갔다. 내가 처음 만난 마츠다 류헤이는 우울한 눈을 하고 있지만 좋은 얼굴이라는 느낌을 주던 어린 소년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마츠다 류헤이는 어느 새 윗옷을 벗고는 다 자라버린 자신의 육체를 부끄럼없이 내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또, 소년이 자라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소년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알던 소년이 어느 새 어른이 된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리없는 상실감이 밀려온다. 마치, 자라버린 소년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소년과 동일 인물이 아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소년은 이제 세상에 없고, 소년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진 알맹이만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처럼.
02.
그래서 쓸쓸하게 앉아있는데, 심장의 밑바닥을 잡아올리는 듯한 나카시마 미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인가, 외워둔 가사를 떠올리며 나는 결국 그 곳이 극장이란 사실도 잊고 소리를 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노래 때문이었을까. 그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노래하던 몸짓이나 손짓. 그 눈빛과 그 표정 때문에, 우스꽝스럽기만 하던 나카시마 미카의 연기는 머리 속에서 자연스레 잊혀지고 멋지디 멋진 노래만 남았다.
03.
사실 별로 볼 것 없는 영화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정말 추천할만 하다. 어른이 되어 변해버린 류헤이의 모습과,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 그리고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한 장 더 내놓자면, 이 영화 분명히 볼 것 없고 유치해도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두 시간이 꽤 짧게 간다. 두 번을 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