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본문
딱히 뭔가를 알고자, 배우고자,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 독서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때문에 나는, 책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완벽하게 무지했다. 신경숙의 청승맞은 글 때문에 좀 더 칙칙한 성격으로 사춘기를 보냈다- 라는 정도가 아마 내가 인정한 책에게서 받은 영향의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때때로, 무언가를 느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낀 후에 무언가를 깨닫고는 한다. 28년이나 산 후에 그러기 시작했다고 하면 일견 우스울 수도 있겠으나, 느끼는 것만을 중요시하며 살아온 나에게 이것은 나름대로의 놀라운 발견인 것이다. 김규항을 읽고, 김수영을 읽고, 홍세화를 읽으면서 말이다. 나는 내가 삶을 대할 때 가지고 있었던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들에 대해서 조금씩, 반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글이 교훈 운운하고 배움을 목적으로 할 그런 글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단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나는 이런 것들에게서, 나의 천박함을 지워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들의 삶, 보다도 이들의 태도, 를 배우고 싶어진다.
홍세화는 외롭다고 말했다. 나는 때때로 내 마음을 고작 '외롭다'라는 세 글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슬픔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나 하나의 힘으로는 한쪽 귀퉁이도 들어올릴 수 없는 세상을 뒤짚고자 하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생각하면 나의 외로움은 차라리 다정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세상에 나, 외로움과 가난과 소외와 고통을 동시에 만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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