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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dancingufo 2006. 4. 23. 11:44






오랜만에 나다로 향한다. 며칠째 기분이 나아지질 않은 이유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울다가, 무엇이든 좋으니 어쨌든 하자고 생각한다. 그것이 고작 좋아하는 극장에 가서 아무 영화나 한 편 보고 오는 정도라도 말이다.

길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발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니 어느 새 나다에 도착해있다. 마침 다음 영화는 내가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5분 후 시작하는 <꿈꾸는 카메라>.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하면서도 표를 끊는다. 그것은 순전히 이 영화관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한 번도 실망한 적 없었다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하는 믿음 때문.

 카메라에 잡힌 것은 인도의 거리다. 낯선 듯 익숙한 나라의 아이들이, 검은 얼굴을 하고 거리를 뛰어다닌다. 그 아이들에 제각각 카메라의 렌즈 안에 잡혀질 때 한 명 당 하나씩의 이름을 알게 된다. 한 명 당 하나씩의 다른 이름, 다른 얼굴. 그래도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 아이들은 사창가에서 태어나, 몸을 파는 어미 밑에서, 자신들도 곧 제 어미처럼 몸을 팔게 되리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 얼굴들에 절망이나 공포나 어두움보다도 밝은 웃음과 아이다운 명량함이 더 짙게 담겨있는 것이-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한편 슬프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하여 얼마간 유명해지고, 어떤 아이는 유럽으로 날아가 유명작가들의 사진을 감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기숙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모든 비참한 현재를 크나큰 해피엔딩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 애쓰고 있고 그로 인해 한 두명쯤은 더 그 세상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었음에 나는 조금 감동받은 것 같다.

물론 나의 감동이래봤자 그것은 값싸고 유치한 감정일 뿐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 감정은 내 곁을 빙빙빙 돌더니 온전히 내게로 되돌아와 온기가 된다. 신나고 또 때로 아득했던 음악에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 새 끝이 나버린 영화에 스크린은 캄캄하다. 곧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서면- 그 사이 바람이 꽤 차가워져있다. 그래도 나는 내 곁을 맴돌았던 온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기 전보다 조금 더 크게 웃을 수 있게 된다. 괜스레 하하하- 웃기도 하고 주절주절 수다를 떨기도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생각을 한다. 이곳이 좋다, 라거나 이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 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이나 아니라면 이 곳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라는 그런 것. 그런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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