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5월 11일, 일기 감추는 날 본문
사람의 말이 내 귀나 머리로 들어오지 못하고 찰팍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럴 땐 죽은 생선을 바라보는 기분이 된다. 파닥파닥거리고 있지만 나로서는 도움을 줄 의지가 생겨나지 않는다. 의자에 앉으면 두 팔을 늘어뜨리고, 죽은 여자처럼 있고 싶다. 뭔가 살겠다는 의지같은 것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고민해보지만 해답은 잘 모르겠다.
함께 일하고 있는 C의 웃음소리는 커서 때때로 천박하게 들린다. C의 탓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 머리가 아프다. 하여 눈을 감고 있으면 사람의 말에 쉽게 짜증을 내고 비웃는 나에 대해 잠깐 반성을 한다. 좀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나에게 묵념. 위로해줘야겠다.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는 이토록 엄청난 괴리감을 가진 나를.
그건 해결책이 아니야, 라고 친구가 말하는 순간 나는 내가 모든 문제에 있어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회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도망가고 싶다. 이 하루하루가, 이 일상이, 내게 모욕을 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정면에서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얼마나 겁쟁이었던가. 얼마나 창피한 것이 많았던가. 그러므로 지금의 이 하루를 견뎌내는 일이 짐작 이상으로 버겁다.
너는 감히 내게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되거나 즐거움이 되겠다지만 나는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더 많이 현명해지고 싶다.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옳은 판단을 내린 후엔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내가 되어야겠다. 지금보다 더 많이 외로워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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