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7월 6일, 치렁치렁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7월 6일, 치렁치렁

dancingufo 2006. 7. 7. 02:53

01.

"누나, 치렁치렁이 무슨 뜻이에요?"
"음... 긴 게 늘어뜨려져 있는 거지."
"...긴 게 늘어져요?"
"그러니까, 누나가 머리를 풀면 머리가 길어서 이만큼 늘어지잖아. 그게 치렁치렁한 거야."
"아, 그럼 누나는 귀걸이도 치렁치렁하겠네요?"
"음, 그래 그런 거지."

그래. 나는 머리도 치렁치렁하고, 귀걸이도 치렁치렁하다.


02.

사실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다. 긴 머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길면 또 지겨운 마음이 들어서 단발로 자르곤 했는데 이번엔 여름이라 그냥 올림머리를 하고 다니다보니 머리가 긴 것도 몰랐다. 책상 뒤쪽에 전신 거울이 있어, 앉은 채로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다가 머리가 꽤 많이 길었다는 걸 알았다. 조금만 더 길면 허리까지도 되려나, 싶어 대충 손으로 감을 잡아보니 제일 긴 기장에서 반뼘쯤만 더 기르면 허리까지 오겠다 싶었다.

어릴 땐, 아주 많이 긴 머리를 하고 싶었다. 그냥 긴 머리가 아니라 아주 많이 긴 머리 말이다. 그런데 한번도 그 정도까진 길러보지 못했다. 인내심도 부족했고, 젊을 땐(지금도 젊지만 더 젊었을 때는 말이다) 미용실 드나드는 횟수도 지금보다 잦았고, 또 키가 작으니까 너무 머리가 길면 키는 더 작아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자연스레 긴 머리에 대한 바람이 희미해져서 머리를 길러야겠단 생각 자체를 잊고 살았는데, 오늘 거울을 보다가 다시 아주 긴 머리를 가지고 싶어졌다. 머리끝이 좀 지저분한 듯 해서 오랜만에 미용실이나 가볼까 했더니, 올림머리하고 다니는 동안에는 그냥 내버려둘까보다. 9월초쯤 되면 그래도 반의 반뼘쯤은 더 길어서 목표에 다가간단 생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자 하는 욕구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03.

그러니까 한동안 귀걸이를 사지 말자! 라고 스스로 긴축 재정의 방법을 생각했는데, 어제 퇴근하는 길에 이제 마지막이다! 따위의 생각으로 결국 귀걸이 두개를 더 샀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귀걸이 가게니까, 이제 올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둘러나보고 가잔 생각에 들어갔다가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아서 네 개쯤 골랐는데, 그래도 그중 두 개는 포기하고 두 개만 샀으니 나름 긴축재정을 지킨 것은 맞다. 오늘은 새로 산 걸 하고 갔다가 "이제 귀걸이 안 산다면서요?" 따위의 타박을 Y에게서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뭐 예쁘다고 해줬으니까 그걸로 된 것 아닌가.




그 많은 예뻤던 것 중의 Best이다. 살 때는 '아, 괜찮네.'였는데 사고 나서 보니 '진짜 예뻐!'가 된 아주 바람직한 귀걸이. 지난 번 원 안의 장미문양 귀걸이 이후, 오랜만에 100점짜리 귀걸이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긴축재정이라지만 이것은 정말 사길 잘했다.




그 악세사리 가게에 들르면 귀걸이든 머리핀이든 꼭 두 개 이상을 사게 되는데, 그러고나면 꼭꼭 그 중 하나만 좋아하게 되고 나머지 하나는 뒷전이 되곤 했다. 이 귀걸이도 예쁘긴 한데(사진에선 그냥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꽤 모양이 좋다.) 앞의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것은 뒷전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치렁치렁해서, 치렁치렁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름 편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예쁜 걸 골랐다. 예쁜 귀걸이를 사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