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7월 17일, 허약한 진실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7월 17일, 허약한 진실

dancingufo 2006. 7. 18. 03:40

그냥, 마음이 조금 어지럽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데 마음이 늘 그런 거지, 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실은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말로 하고 나니 일기로 적기가 힘들어졌다. 왜? 라고 묻고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그렇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느냐 하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다. 싫은 것을 싫다, 화가 났다는 것을 화가 났다, 불만인 것을 불만이다, 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사람마다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괜찮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할 용기가 부족해서, 그로 인해 일어날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정작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싫다. 내가 옳고 상대방이 그르고, 또는 상대방이 옳고 내가 그른 것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나의 확실한 마음이 그러한 것이다. 자기 마음을 숨겨놓고 뒤에서만 불만을 터트리는 것. 아닌 척 해놓고 사실은 그렇다고 혼자서 생각하는 것. 거절하지 않아놓고 실은 마음 내켜하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은 인간 관계를 잘 이끌어나가는 좋은 방법도 아니고 남을 위한 배려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뭣도 아니다. 그냥 자신이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다. 그저 관계에 있어서 정면으로 부딪히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 용기도 없으면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용기는 있는가. 치졸하고 비겁하다. 그런 사람들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나도 치졸하고 비겁하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나에게 저렇게 구는 것을,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나를, 다시 치졸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치졸함은 되풀이된다. 사실 모두 다 알고 있으면서, 이 관계의 허약한 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냥 그럭저럭 모른 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 나는 머지않아 나의 이러한 관계들을 역겨워하게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과, 틀린 것을 모르는 체 넘어가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 그리고 사람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게 있었던가. 아니. 아니. 그런 것은 두려운 것이긴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보고 있는 우물. 그 우물의 물이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천박한 인간 따위, 내 곁에서 떠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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