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본문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 깊이 박힌 생각을, 오랫동안 생각해왔기에 이미 사실로 규정해버린 그런 생각을, 몇 자의 글로서 바꾸어 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저런 여성은 되지 말아야 한다- 라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메데이아는 그 존재가 밝혀진 이래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그런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대상을, 닮고 싶고 동경하는, 또한 안쓰럽고 그래서 보듬어주고 싶은 대상으로 탈바꿈시켰다. 크리스타 볼프가 한 일은 그런 일이다.
나는 어느 쪽의 말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동일하나 동일하지 않은 대상을 글로서 내게 일깨워줬다는 사실로 이 책에 조금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가. 글을 사랑했던가. 글읽기를 즐기는가. 글쓰기를 꿈꿨던 것인가.
나는 모른다. 모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물을 재탄생시킬 수 있는 글의 힘을 믿는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글의 힘에 대해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둥글고 따뜻한 마음으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이 책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책의 발견은, 내가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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