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훈, 칼의 노래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김훈, 칼의 노래

dancingufo 2006. 10. 3. 13:42

칼은 노래한다기보다는 울고 있었다. 그 나직하고 서러운 울음이, 쓸쓸한 만큼 또 강직하다. 처음 <개>를 읽고 그 책의 무엇을 그리도 마음에 들어했던가- 생각해보면, 그 책을 써내려가던 작가의 문체였던 게 아닌가 싶다. 똑같이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김훈의 문체에 빠져든다. 이런 문체를 조금 그리워했다. 우리 소설에서만 내가 느낄 수 있는, 문체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약한 백성을 지키려 들었던 칼을 찬 영웅은 하지만 백성들을 자신의 마음처럼 온전하게 지킬 수 없어서, 그럼에도 도망치거나 그만둘 수도 없어서, 외롭고 고단했을 것이다. 나는 위인전 속의 용감무쌍한 이순신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 파르르 떨고 우는 이순신을 생각한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쳐오다, 그 사거리에 기백 서린 몸짓으로 당당하게 서있는 이순신을 마주친다.

"혹시 아직도 저기에 서서 우리 나라를 지키고 있는 걸까?"

라고 친구에게 묻다가, 스스로 내 질문에 어이가 없어 웃어버린다. 영웅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냥, 쓸쓸했던 한 사람의 울음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