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dancingufo 2007. 6. 3. 01:44


한없이 현실적인 양 굴던 은희경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은 꿈이었을까?>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었을 때,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은 이 여자가 맞았을까. 오히려 지독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한없이 여린 감성만 느껴졌던 다른 작가쪽이 아니었을까, 라고.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 소설은 총 6편. 그 중에서 가장 읽을 만한 것은 역시 표제 소설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이며 그 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여류 작가들이 쏟아져 나오며 누군가는 누구의 아류 같고, 또 누군가는 누구의 아류 같단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은희경은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고, 시간을 지나며 했던 이야기만을 반복한다거나 초기작의 훌륭함을 뛰어넘지 못하여 제자리 걸음만 하는 이가 아니라 분명히 눈에 띄는 성장을 해 온 이임을 이 소설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고생이었던 내가 이것저것 잴 수 있는 지성도 없는 채로 무작정 손에 들었던 신경숙, 은희경, 김형경, 공지영. 그 중에서 앞의 둘은 분명희 뒤의 둘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을 이 소설집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해본다.

덧붙여 앞으로 은희경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면 장편 소설로는 (은희경의 소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단편 소설로는 '아내의 상자'(소설집 <상속>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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