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본문
아아, 재밌다! 재밌다! 무척 재밌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 다시 나와줄 줄 알고 난 온다 리쿠를 읽고 있었던 것이지. 왠지 다시 뭔가 나올 것 같았다니까. <밤의 피크닉>이 전부일 것 같지는 않았대두.
그러니까 생각했는데 온다 리쿠는 로드 픽션, 뭐 그런 것에 재주가 있는 게 아닐까? 로드 무비를 유난히 잘 찍는 감독이 있는 것처럼(...정확히는 모르지만, 뭐 그런 감독도 있겠지?;) 온다 리쿠는 로드 픽션을 만들어내는 데 특별한 소질이 있는 거란 말이지.
왜 그런 생각을 했냐 하면, <밤의 피크닉>은 그냥 밤새 걷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데 그게 진짜 재미 있거든. 그런데 <흑과 다의 환상>도 계속 걷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이 소설도 아주 재밌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든 거야.
이 작가는 걸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어. 물론 <흑과 다의 환상>은 몇박 며칠에 걸친 섬으로의 여행이므로 <밤의 피크닉>보다 스케일은 좀 크지만, 가만히 보면 여행 중에 하는 일도 거의 걷는 일이니까. 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될 때도 보통 주인공들은 걷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니까, 온다 리쿠에게는 걷는다는 행위가 무척 중요한 거야. 함께 걷는다는 것, 그 행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거야.
어쨌든 <도서실의 바다>도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그냥 그런 수준이라 이 작가의 책을 세트로 사버린 것에 대해 조금 후회를 할뻔도 했는데, <흑과 다의 환상>을 만난 것으로 후회할 이유는 없게 되었구나. 이로써 남아있는 두 권의 책에 기대도 좀 생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