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본문
무려 700page가 넘는, 하드 커버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느라 한 닷새 어깨가 좀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고 맛깔스러워 고생이 고생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돈키호테>는 1600년대 초반에 발표된 소설이니 무려 400년도 더 된 이야기인 셈인데, 전혀 시대적인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전편이 발표되고 10년 후 후편도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읽은 완역본은 전편만 다루고 있어 후편의 완역본은 어떻게 구해 읽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2편은 1편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무엇이든 한 번 읽기 시작한 것은 끝까지 읽어야 하는 성미라 돈키호테의 나머지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는 건 무척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데 아무도 2편을 읽어봤다거나 어디서 구하면 된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아직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돈키호테의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액자 형식으로 삽입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무모한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느라 결국 날이 새도록 잠을 자지 않는 바람에 다음날 결국 지각을 해야 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스페인 문학을 좀 더 접해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어 무척 즐겁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어느 누구의 추천이나 조언도 없이 스스로 스페인 문학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며, 하여 앞으로 <돈키호테>보다 더 재미있는 스페인 소설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