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7월 3일, 본문
사실 뭐, 열정이란 게 별건가. 그리고 그도 그렇지. 너무 많은 열정이라면 쓰러질 법도 한 것이고. 세상에 포기 못할 일이란 게 뭐가 있겠어. 설사 있다고 해도 한 사람 당 하나 정도면 충분한 거지. 내가 지치고 내가 힘들면 그걸로 끝인 거야. 사람이, 뭔가를 위하고 걱정을 하고 열정을 바치는 데도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못 버틸 것 같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죽어도 안 될 것 같아서 미련스레 굴어도, 사람 마음에 영원한 게 어딨니. 원래 사람 마음은 끝이 있다는 데 희망이 있는 거야. 만약 마음이 그저 계속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토록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 수 있겠어.
그나저나 집에 거미가 산다더니, 봐버렸네. 징그럽게 길고 얇은 다리를 가진 거미. 기어가는 모습을 한참 보고 있었는데, 신기하고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뭣보다 조금 겁도 나는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쟤가 거미라는 확신도 없고. 그런데 왠지 죽이려니 꺼림칙하고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아, 정말 살생하기 싫은데 내 방에 있을 거면 나 몰래 어두운 데로만 다니든가. 어쩌자고 내 앞에 이렇게 나타나서 이토록 날 고민하게 만드는 건지. 부탁인데 앞으로는 웬만하면 내 눈에 띄지 말고 나 자는 동안 내 위로 떨어지거나 하지도 말아줘. 기어다닐 때 소리라도 나면 나 나름 예민해서 자다가 깰 텐데, 어쩌자고 저렇게 조용하게 성큼 성큼 기어다니는 것인지.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어. 피곤한 내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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