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본문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이것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버려도 좋겠다는 꿈도 없고, 죽도록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가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정답에 가깝든, 꿈이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는 건 어쩐지 슬프다. 이 세상과 만난 지 삼십년쯤 되면 더이상 꿈을 꿀 일이 없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냉정하며 거칠고 때로는 잔인한 곳이니까 말이다.
때로는 재밌지만 대체로는 지겨운 일. 웬만큼 나이 찼다 싶으면 누구하고서라도 엮어서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의 오지랖. 친구들은 다 앞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있는 것 같은 열등감. 그런 것들로 인한 괴로움들을 내 나이쯤 되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정도가 이 책에서 받은 위로가 될 것이다. 덕분에 이 빡빡하고 숨가쁘며,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 도시를 조금이나마 더 달콤하게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기로 한 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은, 정말로, 조금만 더 달콤한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다. 내가 바라는 건 그냥 그 정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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