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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마지막 날. 홍대 L.E.A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휴가의 마지막 날. 홍대 L.E.A

dancingufo 2009. 7. 24. 02:13


휴가 마지막 날, 집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러면 괜히 대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것 같아 집을 나섰다. J는 다섯시에나 도착할 수 있다기에 2시쯤 먼저 집을 나와 홍대에는 3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언젠가 J를 따라간 적이 있는 북까페 L.E.A.


평일 오후라 까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것은 야외에서 본 모습.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1층은 이런 모습이다. 야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안쪽은 거의 비어 있었다. 

사실 예전엔 J를 따라갔던 곳이라, 이번에 혼자 찾아가는 데는 약간 애를 먹었다. 놀이터를 거슬러 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빠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까페를 찾고 보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른 곳에 있었다. 만약 놀이터 앞에서 인근 지도를 찾지 못했다면 절대 혼자 힘으로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스티를 시켜서 2층으로 올라왔다.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주문받는 분이 참 친절하다. 주인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에 올라가보니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좋은 자리를 고르느라 또각거리고 다녔는데, 아마 독서에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조용하게 다녔는데, 그 배려를 눈치채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고른 자리. 예쁜 자리도 많고 편한 침대나 소파도 많았는데 평범한 탁자를 고른 것은, 사실 이런 자리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가 자리라 시원했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잘 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앉아서 혼자 2시간 동안 칼럼의 큰 방향을 잡았다. 이런 걸 써야겠다, 생각은 해둔 상태였는데 평소 크게 관심을 두고 있던 부분이 아니라 시작이 어려웠다. 아니나다를까. 평소 같으면 절반은 정리를 했을 텐데, 머리를 쥐어짜도 제대로 문장이 나와주질 않았다. 그러다 결국  J와 H가 도착해서 잠깐 수다. 다시 넷북에 머리를 틀어박고 있자니, 언니 진짜 글이 안 써지나보다며 J가 웃었다.

응. 진짜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사진을 찍고 싶을 줄 알았다면 카메라를 들었을 텐데. 오늘은 가방 속에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핸드폰 카메라이다.

이것은 내가 앉았던 자리의 앞자리. 나무색 탁자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창문이 잘 안 열리기에, 이 자리는 포기했다.


예전에 갔을 땐 이 침대에 앉아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다. 같이 간 지인들이 셋이 모여 일어 공부를 하는데 혼자 홍군의 투쟁 이야기에 푹 빠져서는 이건 정말 재미있다! 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안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글을 쓰던 도중에 넷북의 배터리가 다 되어서 가방 속에 넣어두고 저쯤 보이는 빨간 소파에 앉아 <담금질>을 읽었다. 술술 읽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안 난다. 아직도 안희정의 옥중일기에 머물러 있다. 내일은 꼭 끝까지 읽도록 해야겠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소파를 전체 다 찍은 모습. 보이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베란다에도 의자가 놓여져 있다.


바로 이런 모습. 시원하긴 할 텐데, 집중은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이 자리에 앉아본 적은 없다.

그리고 사진을 다 찍은 후에,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이곳에 있다가 저녁을 먹고 홍대 거리를 거닌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L.E.A는 사람이 많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의자가 있고 주인이 친절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다.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중이다. 휴가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에 손색없는 곳이었고, 앞으로도 또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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