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0년 3월 16일, 폴 오스터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0.01 ~ 2010.12

2010년 3월 16일, 폴 오스터

dancingufo 2010. 3. 17. 01:46
-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를 읽다가 -

'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열예닐곱 살 때 이미 그것을 알았고,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허황한 생각에 빠진 적도 없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신들의 호의를 얻지 못하면(거기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자들에게 재앙이 있을진저),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비바람을 막아 줄 방 한칸 없이 떠돌다가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했고 각오도 되어 있었으니까, 불만은 없었다. 그 점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물질적으로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었고, 내 앞에 가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겁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 것은 재능-나는 이것이 내 안에 있다고 느꼈다-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것뿐이었다."

읽으면 가슴이 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마음이 아플 줄은. 재능이 자신 안에 있다고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폴 오스터는 얼마나 대단한지.

2005년엔 닉 혼비를, 2006년엔 알랭 드 보통을, 2007년엔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2008년엔 도리스 레싱과 제인 오스틴을, 2009년엔 빌 브라이슨을, 그리고 2010년은 아마도 폴 오스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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